"아시아 시장을 하나로"… K뮤지컬이 비상할 또 하나의 길
뮤지컬계 '원 아시아 마켓' 논의 활발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한국 공연인들에게 브로드웨이는 꿈의 무대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이렇게 빨리 꿈이 현실로 실현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브로드웨이 진출은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아시아로 한정한다면 아시아에서 한국은 독보적 뮤지컬 제작국이다. 지난해 중국에 30여 편, 일본에 10여 편 등 아시아권에 진출하는 한국 뮤지컬 수가 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뮤지컬의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K-뮤지컬국제마켓(6월 2~6일, 주최 예술경영지원센터)에는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등 9개국에서 139명의 관계자가 방문했다. 이는 전년도 해외 참가자 수 45명에 비하면 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시점에 주목받는 것이 '원 아시아 마켓'이다. K-뮤지컬국제마켓에서는 한·중·일 뮤지컬 프로듀서가 모여 원 아시아 마켓을 주제로 아시아 뮤지컬 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 아시아 마켓은 2010년 즈음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산업화에 진입하는 시점에 회자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5,000만 인구밖에 되지 않는 한국이 시장을 키우려면 해외 시장 진출은 필수다. 브로드웨이 진출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그래서 지리적·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를 하나의 뮤지컬 시장으로 묶자는 기획이다. 당시만 해도 요원한 일처럼 느껴졌지만 한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뮤지컬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좀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의 독보적 창작력과 거대 중·일 시장 결합

아시아 뮤지컬 포럼에 참여한 이성훈 쇼노트 대표는 "중국은 잠재력은 크지만 뮤지컬 시장 개발이 미흡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규모는 크지만 정체돼 있고 창작 뮤지컬 개발이 약하다. 한국은 창작 활동은 왕성하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이 시장을 하나로 모으고 개발한다면 각국의 약점을 극복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원 아시아 마켓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유한곤 중국 포커스테이지 대표는 "원 아시아 마켓은 콘텐츠(IP·지식재산권), 창작진, 시장의 공동 개발을 의미한다"며 시장을 통합한 각국의 공동 제작 및 창작진 교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각국은 원 아시아 마켓의 초기 단계에 진입해 있다. 중국은 한국 뮤지컬을 라이선스로 수입하던 방식에서 한국과의 공동 제작을 조금씩 늘려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뮤지컬 '접변'이 대학로에서 공연돼 좋은 성과를 냈다.

서서히 창작 뮤지컬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는 일본은 창작진 교류에 관심을 보인다. 일본 호리프로가 제작한 한국 웹툰 원작의 뮤지컬 '미생'에는 한국의 박해림 작가, 최종윤 작곡가가 참여했다. 한국 뮤지컬 '웃는 남자' '나빌레라' '팬레터' 등을 수입한 토호도 뮤지컬 '이태원 클래스'에 미국의 한국계 작곡가 헬렌 박과 한국 작사가 이희준을 참여시켰다. 특히 토호는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의 교수진인 최종윤 작곡가, 한정석 작가 등을 초빙해 일본 창작자를 양성하는 뮤지컬 클래스를 열었다. 야마자키 나오코 토호 부장은 "지난해 K-뮤지컬국제마켓에서는 작품을 사달라는 제안이 많았다면, 올해는 같이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등 건설적인 대화가 많았다"며 아시아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시장 규모는 15억4,000만 달러(약 2조 1,067억 원)였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4,600억 원, 일본 760억 엔(약 7,165억 원), 중국 16억 위안(약 3,045억 원) 수준이다. 세 나라 뮤지컬 시장을 모두 합치면 1조5,000억 원 정도로 아직 브로드웨이 규모에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원 아시아 마켓이 원활하게 이뤄졌을 때 아시아 뮤지컬 시장의 잠재력은 예측할 수 없다. 다양한 뮤지컬 제작력을 갖춘 한국과, 정밀한 기술력을 갖춘 일본, 그리고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힘을 모은다면 원 아시아 뮤지컬 마켓은 브로드웨이를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 정치적 갈등 요소가 내재돼 있지만 원 아시아 뮤지컬 마켓은 이미 서서히 작동하고 있다. 다국적 제작사와 창작진이 각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토대로 개발한 뮤지컬로 아시아 전역을 누비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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