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의 나스닥 입성,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동 걸까?[엠블록레터]


그 사이, 서클 인수설도 나왔습니다. 잦은 상장 지연에 코인베이스나 리플이 사들이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았죠. 하지만 서클은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지난 6월 4일 클래스A 보통주 2400만 주를 공모하며 나스닥 상장을 본격화했습니다. 상장 전부터 블랙록의 약 10%의 지분 확보 소식과 아크 인베스트의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매입 의사를 보이며 시장의 많은 관심을 모았고요. 덕분에 공모가 31달러였던 서클은 상장 후 이틀 만에 107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은 약 216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애초 평가된 기업가치 68억 달러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성장한 셈이에요.
이번 IPO는 단순히 한 기업의 상장 성공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금융 수단이 전통 금융시장과 본격적으로 접점을 넓혀가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특히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기류가 감지되며, 이 같은 흐름에 탄력이 붙고 있는 상황이에요.

서클의 상장 이후 “그럼 테더도 IPO 하나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는데요, 테더의 입장은 간단해요.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 파올로 아르도이노 CEO는 서클 상장 이틀 후 X를 통해 “상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어요.
이 자신감은 실적으로 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테더는 지난해만 약 61억 달러의 수익과 45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어요. 대부분은 미국 국채 이자 수익에서 발생했고, 일부는 금과 비트코인 보유분의 평가이익이에요. 상장 없이도 수익성과 자산 운용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서 대형 금융사가 부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죠.
다만 테더는 이런 수익성과 별개로 지급준비금 투명성 문제로 오랫동안 의심을 받아왔어요. 2016부터 2018년까지 준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로부터 4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어요. 그때 발행된 USDT만큼의 실물 달러 준비금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이후 테더는 분기별 준비자산 보고서를 공개하고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자산 구성을 검증받고 있어요. 국채, 현금, 금, 비트코인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밝히며 규제 대응에 나선 셈인데요. 서클처럼 딜로이트 등 글로벌 회계법인 빅4 감사 체계를 갖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있어요. 하지만 최근엔 빅4 중 한 곳과 감사를 논의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어요.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투명성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거예요.
테더는 IPO 대신 글로벌 시장 확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동 등지에서 원격 채용을 진행 중이고요, 한국에서도 정책·거래소 대응 등을 맡을 ‘확장 매니저’를 채용 중이에요. 사무실 없이도 현지 파트너십을 맺고 정책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죠. 실제로 국내에서도 테더의 존재감은 꽤나 커요.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5대 거래소에서 유출된 가상자산 56조 원 중 47%가 테더 및 USDC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었거든요. (국내 유입액도 비슷한 규모였지만요)업계에선 테더가 본격적으로 한국 결제 시장에 진입할 경우, 카드사나 결제대행사(PG)를 중심으로 수수료 기반 사업 모델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이쯤 되면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서클처럼 제도권으로 들어가려는 기업도 있고, 테더처럼 밖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도 있어요. 한국은 어떤 방향을 택하고 있을까요?

어제 국회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로 발의했어요. 핵심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이에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외환 규제나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발행이 가능해져요. 법안에는 금융위 인가제를 통해 발행을 허용하고, 5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국내 법인만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어요. 또 준비금 보유와 환불 보장 등 투자자 보호 장치도 빠짐없이 포함돼 있어요. 디지털자산 산업을 체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거죠.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주권을 지키는 전략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대부분은 달러 기반인데요, 이 구도가 고착화되면 한국은 자국 통화의 디지털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법안에는 위기감이 반영되어 있고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행은 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제도화되는 분위기 속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에요. 민간이 만든 디지털 화폐가 널리 쓰이게 되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식 화폐’의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거든요. 특히 비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위기 시 대량 환매(뱅크런)가 발생해 금융불안이 생길 수 있는데요, 이때도 한은은 직접 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요.
이런 태도는 한은이 추진 중인 CBDC 사업과도 맞닿아 있어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원화로 금융 주권을 지키겠다는 실험을 해오고 있는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자리를 잡아버리면 CBDC의 역할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거죠. 한국은행은 다음 달 초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경제학자, 법학자, 전·현직 금융통화위원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도 열 예정이에요. 이 자리에서도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강조될 것 같아요.
반면 여당과 대통령실은 좀 더 유연한 입장이에요. 디지털자산은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들이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발행 주체를 한국은행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죠.
업계 반응도 뜨거워요. 카카오페이, 토스, 업비트 같은 주요 사업자들이 유력한 발행 후보로 거론되면서 주가도 들썩였죠. 다만, 현실적인 제도 정비에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자금세탁방지법, 전자금융거래법, 외국환거래법 등 여러 법령들과 정합성을 맞추는 과정이 남아 있거든요.
결국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기술이 어디에 닿을지는 ‘누가’ ‘어떻게’ 만들고 ‘어떤 제도’ 안에서 굴러가느냐에 달려 있어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디지털 달러’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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