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마산항, '묻고 더블로 가!'
[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1899년 마산항 개항 이후 마산만은 49차례 메워졌다. 광복 이전 24차례 32만 9090평, 이후에는 25차례 191만 4300평이 각각 매립됐다. 총 매립 면적은 약 220만 평(741만 6132㎡). 매립의 역사를 품은 마산은 '항구도시'로서의 기반을 쌓고 성장해왔다.
마산만에는 19만 4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섬이 둥둥 떠 있다. 이름은 '마산해양신도시'.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시설도 없는 텅 빈 황무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섬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 섬은 2003년 해양수산부가 가포신항을 건설하면서 나온 준설토를 쏟아부어 만든 땅이다. '준설토 투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만을 만들며 파낸 흙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도 꾀하자는 발상이었다. 창원시는 신도시가 조성되면 자연히 업체들이 몰려들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현재와 같다. 텅 빈 벌판뿐이다. 매립의 종말을 고하는 상징처럼 보인다.
가포신항조차도 지금 와서 보면 정부의 물동량 예측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업 시작 당시에는 대외적으로 20년 뒤 물동량이 3.5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봤지만 실제는 20년째 거의 변함 없다. 그러니까 좀 거칠게 말하자면 애초에 가포신항조차 만들지 않았어도 됐을지 모르고, 가포신항이 없었다면 마산만 풍광을 가로막는 거대한 인공섬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또다시 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포신항 인근 바다 약 14만 1580㎡(축구장 약 20개 면적)를 메워 자동차 전용 부두(11만㎡)와 해양경찰용 부지(2만 6600㎡)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명분은 최근 늘어난 자동차 물량이다. 2016년 282톤이던 가포신항 자동차 전용 부두 물동량이 지난해에는 512톤으로 늘었다. 하지만 마산항 전체 물동량은 오히려 10년 새 1,556만 톤에서 1,380만 톤으로 감소했고, 가포신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2018년 2만 400TEU에서 최근에는 3천TEU대로 급락했다고 한다.
해양경찰용 터 조성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9일자 KBS창원 이대완 기자 보도에 따르면 해양경찰은 헬기장 등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기사를 보고 (터 조성 계획을) 알았다”, “의아하다”는 것이 해경의 반응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해경에서 요청해서 터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시인했다.
이쯤 되면 습관성 매립, 매립 중독이라 불러야 한다. 역사적으로 수십 차례 매립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그냥 어물쩍 메워도 괜찮다고 여기는 듯하다. 지역 환경단체는 “기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해수부는 여전히 매립이 더 손쉬운 해결책으로 여기는 듯하다. 가포신항이 계륵 꼴이 났는데도 오직 매립뿐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 대회의실에서 마산항 매립을 주제로 한 시민 공청회를 열겠다고 한다. 환경단체는 일방적 통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마산만 매립계획의 구체적 내용과 필요성에 대해 지역사회는 전혀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는 것이 지역 환경단체 구성원들의 말이다.
물론 지역에서 이렇게 아우성을 쳐도 이른바 '중앙 언론'에게는 닿지 못한다. '중앙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2001년 가포신항 조성 때부터 일처리를 해온 방식을 복기해보면 이번에도 환경단체와 지역 언론이 뭐라고 하든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는 갈 길 간다'는 식으로 매립을 일방 추진할 것이라는 의심을 내려놓을 수 없다. 축구장 20개 면적을 매립해서 자동차 전용 부두도 만들고, 해경 땅도 만들겠다는 해양수산부, 속으로 이렇게 외칠 것만 같다. '묻고 더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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