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우리술이야기)고문헌을 통해 본 증류소주의 역사

최미화 기자 2025. 6. 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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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얼마 전 대구 남구에 있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에서 특별한 시음회가 열렸다. 안동소주를 생산하는 안동의 한 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소주제품 7종과 '대구 10미' 중 몇몇 음식과의 페어링을 알아보는 자리였다(대구일보 2025년 4월 28일 19면, 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 참조).

이제는 대구에서도 심심찮게 이런 증류소주 시음회를 정기적으로 열만큼 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양조장마다 증류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증류소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오크통 혹은 옹기,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용기에 담아 숙성을 시키고 있다.

증류소주라면 안동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현재 안동에서 안동소주를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은 아홉 곳이다. 각각의 양조장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탁주 원액을 증류하거나, 청주를 증류하는 양조장도 있고, 통밀을 원료로 소주를 만들기도 한다. 더욱이 증류하는 방식도 다르다보니 증류소주의 맛과 향도 다양한 편이다.

안동이 소주로 유명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소주가 어떻게 이 땅에 전해졌는지를 기록한 최초의 문헌은 조선 광해군 때 이수광이 펴낸 『지봉유설』이다(주간동아 2025년 5월 18일, 「술기로운 세계사」). 이 책에서는 고려가 원나라 간섭을 받던 13세기 무렵 몽골로부터 소주가 전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2024년 11월 8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제1회 안동 국제 증류주 포럼'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MBC디지털뉴스국의 유튜브 채널 14F 콘텐츠인 주락이월드를 진행하는 조승원 기자가 '안동소주의 역사와 위상'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조승원 기자는 13세기 몽골 제국이 고려를 침공하면서 증류 기술이 전해졌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소주의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했다. 몽골제국은 13세기에 동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했고 이때 아랍에서 증류기술을 습득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안동이 소주로 유명해진 계기 또한 이때였다. 1281년 원나라의 일본원정 당시 충렬왕 일행과 몽골 제국군(여몽연합군)은 안동에 와서 머물렀다. 당시 충렬왕은 안동에 행궁을 설치하고 30여일이 넘도록 머물렀다. 왕의 행궁 땐 요리사 뿐 아니라 술 빚는 사람도 따라오기 마련. 이때 증류기술이 안동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후 1361년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때문에 안동으로 몽진을 와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때 안동을 중심으로 인근 곳곳으로 소주제조법이 전파됐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종가를 중심으로 소주문화를 이어왔다. 당시에 맑은술인 청주는 고급술이었다. 청주를 증류한 것이 소주였는데 안동지역 명문가를 중심으로 가양주형태로 전해 내려오다가 조선초~중기에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온주법 등의 고조리서에 소주제조법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 외의 다양한 고문서에서도 소주를 다루었다. 이 중에는 특이하게 소주의 독을 없애는 법을 실어두기도 했다. 『산림경제』, 『속편고사촬요』, 『고사신서』, 『해동농서』 등에서 이야기하는 노주소독방(露酒消毒方)이다. 노주는 소주를 말한다. '소주를 받을 병 바닥에 꿀을 바르면 독이 사라지고 맛도 좋다'고 했다. 『임원경제지』나 『증보산림경제』에는 '술을 받는 병 주둥이에 모시 조각을 대고 그 위에 계피, 사탕 가루를 놓아두면 맛이 뛰어나다'고 구체적 방법을 기록해두기도 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소주를 내리는데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당귀소주는 '강원도 산간 고을에서 빚는 술로 달고 향기롭다(『임원경제지』)'고 한다. 당귀 뿌리와 잎을 잘게 썰어 증류기에 넣고 증류한 후 꿀을 조금 넣고 밀봉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산가요록』에 메밀소주인 목맥소주 제조법을 싣고 있다면 안동지역 음식문화를 싣고 있는 『수운잡방』에선 밀소주인 진맥소주를 다루고, 『음식디미방』에선 찹쌀소주를 싣고 있다. 이 중 목맥소주와 진맥소주는 문헌의 기록대로 복원해서 생산을 해내고 있다.

비단 소주 뿐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전통을 이어간다는 면에서 고문헌 속의 술들을 재현해내는 노력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 글의 일부는 한국술문헌연구소 김재형 소장의 『한국술 고문헌 DB』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 썼습니다).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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