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에 예술을 더하다! 갤러리 바다, 새로운 연결의 시작

전미진 2025. 6. 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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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휠, 예술과 고용을 잇는 실험적 모델 제시
핀휠 유명곤 대표, 허남성 작가의 '춤추는 산과물' 앞에서 사진 촬영
김윤환 '해와 달'(좌), 박진 '해뜰녁의 하모니'(우), 갤러리 바다 외관(아래)

장애인 맞춤형 채용 연계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핀휠(대표 유명곤)'은 2021년 설립된 기업으로, 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온라인 기반 채용 매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장애 예술인, e스포츠 선수 등 다양한 특수직군과의 연계를 통해 고용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핀휠은 장애인 채용의 방식에 전환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5년 6월 11일에 개관한 '갤러리 바다'는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고용과 채용을 연결하는 시도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기업의 고용이 만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핀휠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가.

핀휠은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에 다양한 장애인을 연결하는 B2B 서비스 기업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 특히 건설사처럼 실제 채용 가능한 직무가 없거나 제한적인 기업에겐 고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표인 유명곤 씨는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에서 이 문제의식을 발견했다. 복지관 시스템은 지역 중심이기에 전국 단위로 적합한 인재를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는 "장애인에게도 사람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핀휠을 창업하게 됐다.

예술 분야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전환점은 한 청각장애인 구직자였다. 그는 경비직을 희망했지만, 이력서를 보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과 대한미술협회 이사 이력을 갖춘 작가였다.

"그림을 보는 순간, 구직자였던 분이 '작가님'으로 보였습니다. 죄송했고, 겸손해졌습니다." 이후 핀휠은 단순한 채용 연계를 넘어, 장애 예술인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게 되었다.

'갤러리 바다'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나.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존재처럼, 차이를 품는 공간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작품 판매 계획도 없었으나, 점차 전시 기획이 구체화되면서 향후 판매도 핀휠이 일부 직접 담당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BM을 만든다고 해서 그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사람을 모으고,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수익이 생기길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바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며, 기업과는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가.

갤러리 바다의 핵심은 '보여주는 고용'이다. 기업들이 장애 예술인을 채용한 뒤, 이들이 실제 어떤 창작 활동을 하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핀휠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작가의 활동은 단지 이름만 올리는 형식이 아니라, 작업 과정을 이어가며 기업에도 가시적으로 확인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유 대표는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기업이 그들의 활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핀휠은 전업 작가와 훈련 작가를 별도로 구분해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갤러리 바다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매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업 작가가 훈련 작가에게 화풍과 작업 습관을 전수하며 멘토-멘티 형태로 협력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훈련 작가가 예술 활동을 지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훈련 작가는 향후 전시 참여를 목표로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 있다. 유 대표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우리 작가가 전시에 참여하고 있구나' 또는 '이 활동이 우리 기업 안에서 이뤄지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가 이름과 함께 기업명도 전시에 표기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장애 예술인과의 협업 사례가 있다면.

핀휠과 연결된 작가 중에는 디지털 아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성준 작가도 있다. 그는 신세계 백화점 외벽에 설치되는 3D 콘텐츠를 제작해 온 전문 작가로, 현재 핀휠을 통해 개인 작가로서의 꿈을 펼치며 시네오스헬스코리아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핀휠은 이성준 작가처럼 예술성과 전문성을 지닌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이들의 활동 방식이 고용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김종섭 작가는 "개인전이 꿈"이라 밝혔지만, 전시 기준인 30점 이상의 작품, 도록 제작, 출판 등 현실적 장벽 앞에서 주저하고 있었다. 유 대표는 "복지기관들은 결과가 나온 후에야 조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조명을 비추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핀휠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고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단순히 근무 시간과 급여를 높이는 접근이 아니라, 개별 예술인의 삶의 방식과 작업 패턴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님 중에는 4시간만 일하고 남은 시간은 다른 전시를 보러 다니며 영감을 얻고 싶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핀휠은 이를 반영해 일률적인 고용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각 예술인의 작업 스타일과 선호를 반영한 맞춤형 고용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급여나 시간 조건이 아니라, 예술인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번 실험이 사회와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유 대표는 "모든 기업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을 법니다. 하지만 유사한 기업들 사이에서 핀휠이 선택받으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 바다가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복지관, 공단, 경영진 설득까지 해온 인사담당자들이 실제 채용을 실현하는 데 갤러리 바다가 실질적인 도구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확장 방향은 어떻게 설정돼 있는가.

핀휠은 갤러리 바다 1호점을 시작으로 더 많은 갤러리를 열어, 더 많은 장애 예술인과 기업을 연결하고자 한다. 유 대표는 "빈센트 반 고흐(조현병), 뭉크(우울증), 프리다 칼로(지체 장애), 김기창 화백(청각장애) 모두 장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후에야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조명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고 강조했다.

해외 장애 예술인과의 협업도 계획 중이다. 핀휠은 예술 기반 고용 모델의 국내외 확산을 목표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핀휠과 갤러리 바다가 그려나가는 고용의 새로운 방식은 단순한 제도 이행을 넘어, 예술이라는 언어로 사람과 기업, 사회를 연결하는 시도다. 이 작은 시작이 더 많은 가능성으로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전미진기자 junmijin8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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