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답례품]48년 장인 손길로 한 땀 한 땀 통제영 전통기법이 오롯이
통영시 답례품 (13)태평공예사 나전공예품
휴대용 명함집· 브로치 등 다양
농축수산물 위주 특산물과 차별
고 송주안 나전장에게서 사사
외길 인생 ‘산수끊음질’ 주특기
후학 양성 한계… 제자 계승 목표
“좀 더 관심두고 지원해줬으면”
전국 243개 지자체가 마련한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은 5000여 종에 달한다. 그중에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만든 답례품은 몇 개나 될까? 소장 가치가 있는 답례품, 통영시에는 있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이면서 '경남 최고장인'에 선정된 장철영(64) 나전장이 만든 나전공예품들이다.
나전공예품은 통영시 답례품 60개 품목 가운데 기부자들이 많이 찾는 상위 15위 안에 들어가는 인기 답례품이다.
지난달 24일, 통영시청 2청사 옆 통영공예전수교육관을 찾았다. 통영 전통 공예 맥을 잇고자 건립된 이곳이 장 나전장의 일터다. 2층 한쪽에 마련된 공간은 장 나전장이 대표로 있는 태평공예사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민족공예 나전' 답례품으로 =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 12공방에서 유래한 나전공예는 통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공예로 꼽힌다. 전복 등 조개 껍질을 가공한 자개로 문양을 새겨넣는 종합예술이다.
장 나전장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인 2023년부터 답례품에 참여했다. 휴대용 명함집부터 명함꽂이, 브로치, 나전보석함, 나전차받침까지 다양한 나전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장 나전장이 한 땀 한 땀 손수 만든 작품이다. 농축수산물 위주 지역 특산물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답례품이다.

장 나전장이 답례품에 참여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장 나전장은 "첫 번째는 고향사랑기부제 취지가 좋았고, 두 번째는 나전을 알리려고, 세 번째는 지역 사회 공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기법으로 만든 나전공예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부할 정도로 깨어 있는 국민에게 나전공예를 선보일 기회이고, 좋은 제도라 더 감동했습니다. 답례품은 고가에 팔지 못하니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일정 정도 기부에 동참하는 한편 지자체에서도 세수 수입이 생기니 지역 사회 공헌 활동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갈수록 나전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는데 제자들에게 먹고사는 길을 열어줄 계기가 될 것도 같았습니다."
◇'48년 한길'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이야기 = 통영 토박이인 장 나전장은 1977년 12월 20일 나전공예 입문 시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로, 졸업하기 전이었다. 삼 형제 중 장남이었던 그는 집안 형편상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상심한 그에게 동네 할아버지가 집으로 직접 찾아와 나전을 배워보라고 권했다.
평소 인사성 바르고 성실한 그를 눈여겨본 그 동네 할아버지가 고 송주안(1901~1981) 나전장이다. 그의 아들 고 송방웅(1940~2020) 나전장도 대를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 명예보유자'로 인정받았다.
"당시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송주안 할아버지가 저에게 '나전도 예술 공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예술 공부'라는 개념이 귀에 꽂혔어요. 공부가 하고 싶었으니까. 나전 기술을 잘 배워 두면 나중에 대학교 나온 친구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가 될 거라고 다독여 나전에 입문하게 됐죠."

◇나전 명맥 잇기 소명으로 = '가업 계승'이 아닌 '제자 계승'으로 나전에 입문한 장 나전장도 제자 계승이 목표다. 국가무형유산인 나전공예 대중화와 보전·전승을 위해 각종 교육이나 시연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후학을 양성하는 데 여러 가지 한계가 많다.
현재 낡고 좁은 공예전수교육관에서는 체험 교육을 할 만한 강의 공간이 마땅치 않다. 나전뿐 아니라 염장·두석장 등 여러 보유자가 함께 쓰고 있어 독립된 공간의 필요성을 지자체에 제기해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옻칠할 수 있는 장소도 없어 작품을 할 때마다 집에 왔다갔다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수교육관이 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객들에게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 작품도 보고, 다양한 답례품도 볼 수 있는 곳으로요. 국보급 인재도 키우면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나전을 배우고 싶다며 프로그램을 개설해 달라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옵니다. 청년부터 은퇴한 시니어까지 다양해요. 하지만 제대로 가르쳐줄 장소가 없어요. 전국에 있는 인간문화재들이 제대로 전승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국가유산청이나 문화체육관광부·지자체가 좀 더 관심을 두고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전통 공예 맥을 이으면서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고향사랑도 전통을 지키는 노력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