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축산] “가축·인간이 자연을 오롯이 즐기는 삶 추구” | 월간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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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6월호 기사입니다.
최 대표의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은 이 같은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춘천을 떠나 서울로 유학을 간 이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외국계 은행에서 딜러 생활을 해 왔던 만큼 농촌과는 거리가 멀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뛰어난 업무 능력과 성실함으로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거듭해 온 그였기에 이 같은 결정은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귀농 결심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내가 승진을 하면 누군가는 누락이 되고, 내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실을 보는 제로섬 게임 같은 상황에서 성공은 더 이상 성취감을 주는 게 아니라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던 중 해외 출장에서 겪은 한 경험이 최 대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출장 중 단 하루 휴일이었던 일요일, 최 대표는 현지 직원의 초대로 목장으로 여행을 하게 됐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한쪽에서 바비큐를 구우며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최 대표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장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축과 인간이 자연을 오롯이 즐기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그 길로 최 대표는 귀농을 결심했다.
목장을 완성하기까지 3년간 움막을 짓고 살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행복했다.시행착오도 많았다. 당시 초지 조성을 위해 목초만 고집하다 보니 잡초들을 완벽히 제거하기 어려웠다. 약품을 쓰고 불을 질러 씨까지 태웠지만 어느 순간 또다시 잡초가 자라났다. 몇 차례에 걸쳐 잡초를 제거하고 풀씨를 뿌려 초지를 조성했지만 잡초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가축을 풀어놓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는데 목초만 고집하다 보니 목장 조성이 더디게 진행됐죠. 초지 조성에만 10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동시에 가축 사육을 위한 준비도 병행했다. 젖소목장에서 경험을 쌓았던 터라 한우 5마리를 구입해 목장 부지 안에 이전부터 있던 돼지 키우던 비닐하우스에서 시범적으로 사육해 보기도 했다. 1995년 본격적으로 우사를 짓고 한우 사육을 시작해 120마리까지 규모를 키워 나갔다. 방목은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하는데 초지 구간을 4구간으로 나눠 구간당 20일씩 방목하는 순환방목 사육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우 사육에 익숙해졌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사료값은 오르고 한우 가격은 하락해 어려움을 겪으며 겨우 버텨 냈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사태가 터졌을 때는 목장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1차 산업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1차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를 보조해 줄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목장을 구상할 당시 막연하게 꿈꿨던 관광과 연계하는 것이 해답이 라고 깨달았죠.”
<해피초원목장>에서는 초지에 방목한 소를 구경하고 각종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또 자연목으로 조성한 숲놀이터와 넓은 초지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출출해지면 ‘강원한우’로 만든 한우버거를 먹으며 배를 채울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방문해 한우버거를 먹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한우버거는 목장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순수 체험·관광 매출만 10억 원을 달성하며 목장의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체험·관광으로 수익을 올리는 <해피초원목장>처럼 최근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6차 산업에 도전하는 축산농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돼 1차 산업이 보조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을 통해 생산된 농축산물을 이용해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융복합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1차 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갖지 못한 6차 산업은 지속되기 어렵다.
“저희 목장 역시 관광 수익이 높은 편이지만 이는 1차 산업을 보조하고 1차 산업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주가 될 수 없습니다. 카페와 체험장이 주가 돼 1차 산업이 구색을 맞추는 상황이 우려스럽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최 대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주제가 있다. 바로 지속 가능한 축산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향은 농촌의 공동화 해결이다. 관광이나 체험으로 일시적으로 도시민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축산,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2013년 춘천시로부터 농촌교육농장으로, 2016년 교육부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진로탐구 현장체험처(중학교 자유학기제)로 지정받아 매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하고 있다.
“농축산업도 충분히 유망한 직업이라고 적극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업 종사 시절 경험과 지금 축산인으로서 경험을 진솔하게 소개함으로써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김수민 |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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