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1위, 4할타자’인데..김혜성, 무얼 더 증명해야 다저스의 인정 받을 수 있나[슬로우볼]

안형준 2025. 6. 11. 06: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김혜성의 입지는 언제쯤 더 커질 수 있을까. 다저스는 아직 김혜성을 다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LA 다저스는 6월 1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40승 27패, 승률 0.597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지만 어느 때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승차는 1.5경기, 3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승차도 2경기에 불과하다. 연승과 연패가 맞물리면 3연전 한 번에 순위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다저스는 10일 샌디에이고와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 8-7 역전승을 거뒀다. 3안타를 몰아친 프레디 프리먼, 연장전에서 적시타를 기록한 앤디 파헤스, 토미 에드먼이 승리의 주역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선발 중견수로 출전한 김혜성의 활약도 이날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김혜성은 9번 중견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첫 두 타석에서 범타에 그쳤지만 팀이 5-6으로 끌려가던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샌디에이고의 일본인 좌완 불펜투수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김혜성의 동점타는 다저스가 정규이닝 기록한 마지막 득점이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경기를 그라운드에서 마치지 못했다. 8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을 맞이했지만 좌완 불펜 아드리안 모레혼을 상대로 대타 키케 에르난데스와 교체됐다. 직전타석에서 좌완을 상대로 동점타를 터뜨렸지만 좌완을 상대로 한 경기 두 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은 것. 키케는 2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김혜성의 시즌 성적은 .410/.438/.590 2홈런 10타점 6도루가 됐다. 타율 0.410은 팀 내 1위의 기록. 물론 규정타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64타석을 소화하는데 그쳤지만 팀 타율 1위인 다저스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김혜성이다.

사실 다저스에서만 1위인 것이 아니다. 10일까지 올시즌 빅리그에서 60타석 이상을 소화한 386명의 타자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가 바로 김혜성이다. 386명 중 4할타자는 김혜성 단 한 명 뿐. 규정타석을 충족시키며 타율 0.396을 기록 중인 애런 저지(NYY) 같은 괴물 타자들과 나란히 서기는 어렵지만 현재 김혜성의 타격이 얼마나 돋보이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운이 작용한 측면도 크다. 김혜성의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은 무려 0.511. 타율보다 1할이 높은 수치다. KBO리그(통산 타율 0.304, BAbip 0.359)와 마이너리그(타율 0.252, BAbip 0.308)에서 쓴 기록을 감안하면 운이 많이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운인 것은 아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김혜성은 올시즌 기대타율 0.291을 기록 중이다. 이정후(SF)와 같은 수치인 기대타율 0.291은 메이저리그 전체 상위 11%에 해당하는 기록. 비록 4할이 넘는 수치는 운이 따른 것일지라도 실제로 리그 상위 10% 수준의 정교함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원래 장타력이 강점인 선수가 아닌 만큼 평균 타구속도는 시속 86.6마일, 강타비율은 29.8%, 발사각도는 5.2도로 모두 하위권이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타구를 만드는 비율은 결코 낮지 않다. 가장 안타 확률이 높은 발사각도 8도-32도 사이의 타구를 만든 비율은 리그 최상위권인 42.6%, '투수의 구속과 타자의 배트 스피드 조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타구 속도를 기록한 비율'인 스퀘어드 업 비율(Squared-Up Rate)도 리그 상위 22%에 해당하는 29.4%다. 장타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가능한 최선의 타구를 꾸준히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다저스가 부여한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김혜성의 현재 입지는 불완전한 플래툰 선수다. 다저스는 좌타자인 김혜성에게 좌완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거의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우완 투수를 상대로도 무조건 출전을 보장하고 있지도 않다.

김혜성은 5월 초 콜업돼 약 2주 동안 무려 4할5푼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이 하나씩 복귀하자 다저스는 김혜성을 곧바로 라인업에서 제외해 벤치에 앉혔다. 일주일 동안 채 10타석도 나서지 못할 정도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기회를 잃고 타격감도 급격히 식은 김혜성은 5월 중순 4할5푼을 넘겼던 타율이 5월 말에는 0.36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월 마지막 경기였던 뉴욕 양키스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6월 들어 조금씩 타석 수도 늘려가고 있다. 6월 선발출전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고 멀티히트도 두 번을 신고한 김혜성이다.

실제로 좌완에 약점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KBO리그에서도 좌완을 상대로 특별히 약하지 않았던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좌완을 상대로 3타석에 들어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심지어 안타 3개 중 2개가 장타(2루타 1, 홈런 1)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좌완을 상대로 타율 0.185, OPS 0.676에 불과한 키케를 우타자라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으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우완을 상대로 타율이 0.153, OPS가 0.550에 그치는 좌타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도 좀처럼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김혜성이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할지 의문이다. 어떤 선수도 1년 내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타격감도 떨어지는 시기가 오기 마련. 어쩌면 다저스는 김혜성의 타격감이 떨어지면 그것보라는 식으로 우완을 상대로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할지도 모른다.

콘포토는 올해 연봉이 1,700만 달러로 김혜성보다 훨씬 고액을 받는 선수다. 콘포토를 거액에 영입한 구단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다저스가 김혜성의 타격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드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장타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던 만큼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분명 적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했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며 그런 회의론은 더 커져가기도 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미국 무대 적응을 멋지게 이뤄냈고 당당히 좋은 성적을 쓰며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과연 김혜성이 언제쯤 다저스의 주축 선수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김혜성)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