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의 기로에 선 '과수화상병'과의 싸움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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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 되면 사과 농가와 농작물 방역 당국엔 비상이 걸린다. 과수화상병 때문이다. 이 병은 세균인 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에 의해 발병하며, 국민 과일인 사과와 배에 치명적 피해를 준다. 감염 이후 최장 5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고, 병의 이름처럼 발병 부위가 불에 그을린 듯 검게 변하며 말라 죽는다. 일단 발병하면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서 발생 즉시 방제를 해야만 한다. 미국과 유럽 등 60개국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치료제가 없어 감염된 나무를 땅에 매몰하여 방제할 뿐이다. 코로나19처럼 정부가 공적 방제를 해야 하는 검역병이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처음 발생했으며, 2020년에는 전국 394.4㏊의 사과와 배 과수원에 큰 피해를 주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방제로 발생 면적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겨울 동안 감염이 의심되는 나무와 가지를 사전에 제거하고, 봄철 개화기 전후 예방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초기 발생을 줄이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동시 예찰(병의 발생을 사전 예측하기 위한 관찰 활동)을 진행하고, 발생 즉시 매몰 방제한 것도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과수화상병 발생 면적은 약 87㏊(국내 사과·배 재배면적의 0.2%)였다. 발생이 가장 심했던 2020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준 것이다. 올 들어서도 현재까지 발생 추이는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금년은 과수화상병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기상 여건이 이전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그간의 방제 노력에 대한 성패를 가를 중요한 해가 될 듯하다.
올해엔 봄철 개화기 이후 자주 내린 비와 주야간 선선한 날씨로 작년보다 발병하기 좋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방제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매년 과수화상병은 6월 초순에 발생의 정점을 이루고, 여름철 고온기에는 확산을 멈추는 경향을 보였지만 금년은 6월 중순임에도 큰 일교차와 습한 날씨가 이어져 발병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금년 처음 발생하는 지역이 추가되면서 확산의 원점이 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촘촘한 예찰과 신속한 방제가 어느 해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수년간 부단한 방제 노력과 제도 개선으로 국내 과수화상병 발생 면적은 감소하는 경향을 이어왔다. 그 추세를 금년에도 이어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 식물병 방제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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