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협력 확대” 공감 속… 시진핑, 美주도 中견제 경계 메시지
李, 대등한 관계서 협력 확대 희망… 中 ‘한한령’ 해제 기대감 우회 표출
習 “자유무역으로 공급망 안정 보장”… 美中 대립 상황서 韓에 우회 경고
캐나다 G7 美-中 사이 ‘좌표 설정’ 고심

● 李 “호혜평등”, 習 “자유무역” 부각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30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한중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 아래 경제·안보·문화·인적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그러면서 두 정상은 인적·문화적 교류를 강화해 양국 국민들의 우호적 감정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협력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포괄적인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완화 기류가 포착되고 있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이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중한(한중) 수교의 초심(初心)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견지하며 상호 이익과 ‘윈윈’ 목표를 고수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통상 ‘한중관계에 미국의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등의 의미로 중국이 자주 사용해온 ‘수교의 초심’을 강조한 것.
대통령실 발표에는 빠졌지만 시 주석은 대중 견제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비판하며 자주 언급해온 다자주의·자유무역 수호도 재차 거론했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수호하며 글로벌 및 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중 간 갈등 상황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
시 주석은 그러면서 “쌍방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양자 관계의 큰 방향을 확고히 해 중한 관계가 항상 올바른 궤도를 따라 발전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대만·남중국해 등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경도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가운데 이날 통화는 미중 사이 탐색전 성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안 문제와 관련한 ‘셰셰(謝謝·고맙다)’ 발언 등 논란 속에 미중 간 갈등 현안을 우회하며 관계 개선 메시지에 집중했다는 것. 취임 후 첫 한미, 한미일 정상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15∼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사이 ‘좌표 설정’ 숙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한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 정상이 APEC 정상회의든, 어떤 식이든 계기가 된다면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시 주석으로서는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 될 텐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APEC 의장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하며 양 정상의 상호 방문 가능성을 시사했다.
● ‘북한 비핵화’ 표현 ‘한반도 비핵화’로 대체
대통령실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 정상과의 통화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인 만큼 중국 측은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 윤석열 정부 시절 한중 정상회담 등 계기에 우리 정부 발표에서 강조됐던 ‘북한 비핵화’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로 대체됐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때 등장했던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한 우려도 담기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이날 “두 정상이 지방에서부터 정치 경력을 쌓아왔던 공통점을 바탕으로 오늘 통화가 친근하고 우호적 분위기 가운데서 진행됐다”고 했다. 성남시장을 통해 정계에 발을 들인 이 대통령과 유사하게 시 주석도 20년 이상 허베이, 푸젠, 저장, 상하이 등 지방정부를 거쳐 중국 최고 서열의 자리에 올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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