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과 동행해 성장하는 공공 인프라의 소명에 최선

김종민 논설위원 2025. 6. 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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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34주년에 부쳐

정론직필(正論直筆)을 기치로 삼는 광주·전남 대표 언론 광주매일신문 창사 34주년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본보는 민주주의와 호남 역사의 산증인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앞으로도 바른 주장을 펼치고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다짐한다.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을 지탱하는 공공 인프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기울일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언론의 소명과 책임을 다하겠다. 본연의 사회적 책무를 새기고자 한다. 변함없는 애독자들의 성원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공정과 상식, 원칙에 반하는 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비판하며,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노력에는 기꺼이 동참하겠다. 지역발전과 공익 실현에 앞장설 것이다. 힘든 여정이더라도 신뢰를 주는 참언론으로 거듭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

정말로 펜은 칼보다 강했다. 믿을 수 없는 12·3 비상계엄, 민주공화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밑거름이 됐다. 광주는 45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분노했지만 찬란한 ‘빛의 혁명’으로 내란의 밤을 물리쳤다.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대한국민을 배반한 대통령 탄핵 때도 마찬가지다. 추위가 떠나지 않았던 광장에서 시민들과 보듬고 어우러졌다.

계엄령 선포 순간의 일이다. MZ세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긴박한 국회 모습을 실시간 전파하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해제 결의안 통과와 무장 군대의 철수를 거쳐 불법적 상황 종료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 철저한 언론 통제를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자 했던 전두환 신군부 당시와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한편으론 새삼 종이신문의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연이어 발행된 호외(號外)가 주목을 끈 것이다. 호외는 중요한 뉴스를 알리기 위해 정기 발행분이 아니라 임시로 만들어 배포하는 신문을 뜻한다.

실제로 5·18민주광장 일대에 배부된 호외에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너나없이 집어들고 환호했다. 가족과 지인에게 나눠주겠다며 더 챙기기도 했다. 속보성으로 기사를 접하고 셀 수 없이 많아진 디지털 중심의 다매체 구조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어서다.

6개월 전 내란의 밤 이후로 광주매일신문 또한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보다 빠르게 전파하는 사명, 책임에 충실했다. 2024년 12월14일 ‘윤석열 탄핵안 가결’, 2025년 4월4일 ‘윤석열 파문’,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았다. 앞서 신년 특집도 ‘불확실성 걷어내고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라’는 기획을 선보였다. 직접 보관할 수 있는 종이신문은 영원할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이다. 정권 교체의 강렬한 염원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갈기갈기 찢긴 국론을 통합하는 것도, 내수 침체에서 비롯된 붕괴 직전의 민생 경제를 되살리는 것도, 자국 우선주의 국제질서 재편에 따른 외교·안보 상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까지 한마디로 총체적이다. 윤석열 정권 실정으로 인한 대가 치곤 가혹하다.

국가 체제가 흔들리고, 지방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소멸이 눈 앞에 닥치고 있다. 광주·전남은 더 열악하다. 새 정부에서 팔 걷고 지원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닌 것이다. 특히 국가균형발전과 연계된 사업이 적지 않은데도 겉돌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더불어 지방언론에도 막중한 과업이 부여됐다.

광주·전남 최대 상생 과제로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이 꼽힌다. 애초에 국가가 책임지는 국책사업으로 주체적으로 챙겼다면 장기간 표류하지 않았을 터였다. 광주시가 기피시설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을 이유가 없고, 무안군도 지역 이기로 결사 반대만 한다는 비난을 살 이유가 없었다. 동북아 대표, 서남권 관문공항으로서 무안국제공항의 도약을 서둘러야 한다.

이 대통령은 광주를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국가데이터센터가 설립 운영 중이며, 수많은 기업이 투자하고, 사관학교를 통해 인재 양성 사다리도 만들어져 생태계가 이미 완성됐다. 초거대 AI컴퓨팅센터 유치 등으로 실증밸리 구축을 위한 2단계가 가시권에 들었다.

전남의 역점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허브로의 도약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틀을 갖췄으나 지난 3년 간 원전 정책에 떠밀려 답보였던 만큼 가속도를 붙여야 하는 것이다. 대선 공약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에너지 기본소득’ 등이 여러번 언급된 만큼 곧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30년 숙원인 전남권 국립 의과대학 신설도 2027학년도 개교 일정에 맞춰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지역신문은 구독자 감소, 광고시장 축소, 디지털 전환 지연 등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 있지만 기회는 열려 있다. 지역사회의 여론 형성과 공적 정보 전달이라는 기본 미디어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공론장의 해체는 민주주의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회복력을 기대한다.

전혀 예기치 못한 헌정질서의 붕괴 사태를 막고 본보 또한 새로운 정치 체제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힘쓰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관세 정책과 계엄령으로 파생된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대안 모색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중이다.

지금 정치권에선 지방소멸과 지방분권·균형발전의 시대, 지역신문의 공공적 역할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신문 발전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안은 지역 문화 보존과 소멸 대응 등 공공적 기능을 법에 명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 설치 근거 등을 담았다. 정부가 매년 발전기금에 안정적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극우세력의 편 가르기는 심화되고 있다.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일부 인터넷 매체도 활개치고 있다. 혼란은 점차 수습되고 있지만 아직은 멀었다. 지난 정권 임기 내내 언론 장악 시도가 이어졌다. 공공성에 대한 인식 없이 불통과 탄압으로 혐오와 차별을 양산했다. 계엄 포고령을 통해 악랄한 통제를 기도했고,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당시엔 기자들이 집단폭행을 당했다.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방언론 또한 중대한 위협에 직면했었다.

이제 진짜 대한민국에서 활로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해서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경계하며 신문의 가치에 주목하는 최근의 흐름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본보는 뉴 미디어 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겠다. 세상을 바로 보고 숙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균형잡힌 콘텐츠를 생산할 것이다. 진실을 탐구하며, 정확하게 기록하고, 지역민과 동행하고자 한다. 디지털 융복합의 선도 주자로서 새 지평을 확장할 것이다. 호남의 대표 정론지의 위상을 더 탄탄히 하겠다고 재차 약속드린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를 가슴에 품고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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