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교육청, 뿌리깊은 전남 義정신 민주시민교육에 담는다
12·3 비상계엄 후 헌법교육 ‘주력’
배움 넘어 실천으로 변화 이끌어
13일 문형배 전 헌재소장 대행 특강
학생 주도 책·다큐 제작 등 눈길
김대중 교육감 “의로운 시민 육성”


“호남이 없었다면, 이 나라도 없었을 것이다.(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施無國家)”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했던 이 말처럼 전남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다. 호남의병과 일제강점기 치열했던 항일 운동,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은 민주·인권·평화를 기반으로 한 전남의 뿌리 깊은 ‘의(義)’ 정신을 보여준다.
올해 전남도교육청은 역사의 변곡점마다 깊이 새겨진 전남의 의로운 역사를 일깨우고자 민주시민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남 학생들은 내 고장의 숨겨진 항일 독립 투사의 삶을 좇고, 대한민국 헌법 조문을 펼쳐놓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학급 규칙을 제정하며 다름을 이해하는 법도 배워나간다. 전남형 학생 민주시민교육은 지식 너머 삶 속에서 꽃 피우고 있다.
◇민주주의 살아 숨 쉬는 교실
전남의 민주시민교육은 단순히 교과서 속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 정의의 가치를 수업 안팎에서 ‘앎’으로 익히고 ‘삶’으로 실천한다.
도교육청은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을 지키는 ‘헌법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한민국 헌법 함께 읽기’ 수업을 통해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필사하며 헌법의 가치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이와 함께 학급 규칙을 학생자치로 제정하는 프로젝트 헌법수업 경연대회 참여 등 실천 중심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헌법교육 강화를 위해 초·중·고를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한 계기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고 있으며, 교육가족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오는 13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을 초청해 ‘헌법의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특강을 선보인다. 이 자리에는 전남학생의회 학생들이 참여해 헌법재판관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예정돼 있어 관심을 끈다.
이 밖에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총 260개 학급에서 ‘찾아가는 민주시민교실’이 운영되고,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와 연계한 ‘찾아가는 선거교실’이 초·중학교에서 50회차에 걸쳐 실시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토의·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과 책임의 가치를 배우며 민주주의의 실천력을 키우게 된다.
◇전남 민주시민교육, 교실서 마을로 ‘확장’
전남의 민주시민교육은 교실 안 배움을 넘어 가정과 마을로 확장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익힌 민주주의 가치를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하며 일상 속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완도 생영초등학교는 지난해 ‘민주시민 나비되기 프로그램’을 운영, 학생들이 민주주의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경험 중심의 민주시민교육을 펼쳐 주목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알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성장하는 나비의 생애에 비유해 학생 스스로 자아를 탐색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공동체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세 단계의 실천 과제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교실 내 규칙을 스스로 제정하고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의 중요성을 체득해 갔다.
특히 병아리 부화 프로젝트, 갯벌 생태체험, 디지털 윤리 교육, 인공지능(AI) 영상 제작 등은 민주시민교육이 단순한 이론 학습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 주도가 아닌 학생 참여 중심의 역량 기반 교육이라는 점에서 전남 민주시민교육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학생 발간 ‘민주·평화·독립’ 책 눈길
목포 목상고등학교는 ‘글로컬 DJ 역량 키우기’라는 교육 비전을 중심에 두고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지역의 역사,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통합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을 추진했다.
먼저 ‘의(義) 체험 중심 민주시민 양성’ 프로그램에서는 제주 4·3 사건과 고흥 이승훈 기념관 등 역사 현장을 직접 탐방하며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현재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체험 중심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5·18 공동체 정신을 주제로 한 지역사 수업에서는 관련 자료 조사와 현장 활동, 민주화 운동 인물 탐구에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직접 시화집을 제작하고, 민주평화길을 설계하며 교내 공간에 전시하는 등 역사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실천적 프로젝트로 확장해 나갔다.
특히 학생들이 제작한 ‘목상 민주평화길’은 민주·평화·독립의 가치를 교육 공간에 녹여낸 책이다. 책에는 이 학교를 졸업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법정 스님, 광주학생항일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6·25 전쟁 당시 학도병 등 지역과 학교가 배출한 의인들의 얘기가 담겨있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와 연계한 ‘세계 시민 키움 활동’, 인권을 주제로 한 독서토론과 평화선언문 발표 등은 민주시민의 자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나누는 과정을 중심에 둔 교육이었다.
◇전남 정신 배우고 실천하는 의(義)교육
도교육청은 전남 의병,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실천을 ‘의(義)교육’으로 재구성해 교실에 접목하고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남의 독립운동사를 중심으로 한 탐구 활동이 활발히 추진된다.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서는 ‘전남의 독립운동 역사’를 주제로 중·고등학생이 역사 자료를 수집·분석·비판하며 연구 보고서나 영상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영암 삼호고등학교는 지난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실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미완의 귀환’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미이케 탄광, 아소 탄광, 군함도, 우토로 마을 등을 직접 찾아가 조선인 노동자들의 참혹했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학생들이 기획부터 자료 조사, 인터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역사의 고통을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해 교육적 의미를 넘어 지역사회와의 공유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순천복성고는 목상고와 함께 ‘청소년 문화해설사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목포 순천 민주평화길’을 공동 탐방하고 지역 민주화 인물과 장소를 발굴·해설하는 활동을 펼쳤다.
특히 순천복성고 학생들은 탐방한 공간을 바탕으로 ‘나만의 민주평화길 지도’를 제작해 학교에서 발표회를 열어 민주주의 가치와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생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교실 밖에서 이뤄지는 민주시민교육의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2개 교육지원청은 ‘찾아가는 향토사 교육’을 통해 지역사 기반 의(義) 교육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으며, 지역 문화원과 협력한 역사 체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전남의 민주시민교육은 지역의 역사성과 세계 시민의 보편 가치를 함께 아우른다”며 “의(義) 정신, 헌법 가치, 학생자치 경험이 교실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며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참여하며 행동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앞으로도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교실 밖에서 공동체를 실천하는 ‘의로운 시민’을 길러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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