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속으로-경북을 걷다] 69. 상주 '너추리길'

상주시가 시민과 방문객에게 추천하는 대표 힐링로드 '너추리길'은 전설과 역사를 간직한 천봉산 자락을 따라 걷는 총 7.4km의 순환형 트레킹 코스로 구성됐다.
완주에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이 길은 북천 시민공원을 시작과 끝으로 해 성황사(영암각), 천봉산, 연원동 등을 잇는 길로, 걷는 이에게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고 전통(무속신앙)의 숨결을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너추리'는 연원동과 만산동을 잇는 옛 산길의 이름으로, 천봉산이 넌출(등·칡처럼 길게 늘어진 식물의 줄기)처럼 생긴 데서 유래한 '넌출'이라는 이름이 '너출이', '너추리'로 변형된 데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장마철이면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던 시절, 마을 사람들의 삶의 통로이자 희망의 길이었던 곳이다.

△ 너추리길 코스 소개.
'너추리길'은 북천 시민공원-만산 2리(안너추리)-성황사(영암각)-장고개-연원6길(도로 경유)-연원교-제방길-북천 시민공원 복귀하는 약 7여km다.


특히 바위 전설과 남매상 사연이 어우러진 '성황사'와 '영암각'에서 만나는 민속신앙의 추억은 길을 걸으며 색다른 만남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도심 가까이에서 출발해 자연과 옛길,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경로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 중간에 천봉산 고갯마루(장고개)에서는 상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이 펼쳐진다.
코스를 잠시 벗어나 북쪽으로 난 등산로를 800여m 산행을 이어가면 천봉산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
천봉산은 석악(石岳)이라 부르는 상주의 진산(鎭山)으로 북쪽에 솟아 남쪽의 갑장산, 서쪽의 노음산과 더불의 상주 3악을 이룬다.
봉황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상을 하고 있다해 '천봉산(天鳳山)'으로 불리며 정상에 서면 넓은 평야와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천봉산 정상석에는 "남쪽 지봉의 자산성과 그 아래 '임란 북천전적지'가 있으니 이 일대는 외침을 막는 요충지임을 말해주고, 산 아래 '영암각(靈岩閣)' 미륵바위와 '성황사'는 토속신앙의 산실이다"고 설명돼 있다.
'성황사'에는 계룡산 남매탑 전설과 닮은 남매상이 있고, '영암각'에는 바위를 주인으로 모신 집의 전설이 전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근에는 국내에서 내림굿 장소로 손꼽히는 국사 남매 '성황당'도 자리하고 있다.
산길이 좁고 구불구불해 미로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방향을 잃더라도 '앞으로'만 나아가면 길이 이어져 비교적 안전하다.
하산 후 도로를 건너야 하므로 교통신호를 반드시 지켜야 하고, 차량 통행이 적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주시 관계자는 "'너추리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마을과 삶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길"이라며 "자연의 숨결과 옛이야기를 품은 트레킹 코스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걷는 내내 과거의 숨결과 현재의 경관이 교차하는 '너추리길'.

△성황사 - 호랑이 은혜로 맺어진 의남매 인연을 간직한 민간신앙 명소.
'성황사'에는' '남매상'으로 불리는 조각상이 있다.
단순한 조각상으로 보이지만, 이곳에는 호랑이의 은혜로 맺어진 의남매의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겨울날 이쁜이가 땔감을 하러 산에 올랐다가 미끄러져 다치고, 어둠 속에서 호랑이를 만나 목숨이 위태로웠다.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낯선 암자 안이었다.
스님의 간호로 회복된 이쁜이는 그곳이 멀리 떨어진 계룡산임을 알고 놀랐다.
스님은 과거 호랑이에게서 목에 걸린 인골을 빼준 은혜를 입은 일이 있었다며, 이 호랑이가 은혜를 갚으려 이쁜이를 데려온 것이라 말했다.
이쁜이는 스님을 흠모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의남매의 인연을 맺어 함께 사찰을 짓고 계룡산에서 불심으로 살아갔다.
이후 입적한 두 사람의 사리를 모신 곳이 계룡산 '남매탑'이며, 상주 천봉산에는 이 인연을 기리기 위해 '성황사'와 '남매상'이 세워졌다.

△영암각 - 바위가 품은 고을의 수호 신앙.
영암각은 바위가 주인인 신비로운 집이다.
상주에 부임한 목사가 고을 순시를 앞두고, 북쪽 길로 나서면 해를 입는다는 풍문을 듣게 된다.

바위는 "비바람을 피할 집을 마련해 달라"며, 그렇게만 해준다면 고을의 악귀를 몰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꿈에서 깬 목사는 이 이야기를 기이하게 여겨 북쪽 산기슭을 찾아다닌 끝에 마침내 꿈속 바위와 똑같은 바위를 발견하고는 주민들과 함께 기와집을 지어주었는데, 그 집이 '영암각'이다.
이후 상주에는 큰 재변이 없고 풍년이 들자, 주민들은 바위의 음덕이라 믿었다.

성황사와 영암각은 단순히 옛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 두 곳은 상주의 정체성과 신앙,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상징하며 '너추리길'의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