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 가족의 의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부부를 중심으로 한 혈연관계의 친족 구성원으로 정의한다.
이처럼 한없이 가깝지만 한순간에 멀어질 수 있는 우리 시대 보통의 가족을 떠올리며 과연 진정한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스쳐 간다.
찰나였지만 따뜻했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서로를 위하고 보듬었던 시간 속에서 혈연관계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느꼈음을 말이다.
'어느 가족'은 사랑과 유대가 진정한 가족을 구성하는 핵심 가치임을 역설하며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부부를 중심으로 한 혈연관계의 친족 구성원으로 정의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사랑하는 사람들, 위기 앞에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가 바로 내 부모·형제인 가족이다. 그러나 현실은 늘 사랑과 온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때로는 징글징글한 원수가 되고, 누구보다 커다란 상처를 안기는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견고한 혈연관계도 불화 앞에서는 쉽사리 끊어지곤 한다. 이처럼 한없이 가깝지만 한순간에 멀어질 수 있는 우리 시대 보통의 가족을 떠올리며 과연 진정한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스쳐 간다.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주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어느 가족'은 도쿄의 허름한 주택가에 사는 다섯 식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할머니, 아빠, 엄마, 쇼타 그리고 누나.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작은 집에는 정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의 일상은 뜻밖의 변화를 맞는다. 아빠가 추운 겨울 1층 베란다에 방치된 다섯 살 여자아이 유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친부모의 학대와 방임으로 상처투성이인 유리의 몸은 이 가족의 따뜻한 손길 아래 치유된다. 할머니는 유리를 품에 안고 밥을 먹이고, 엄마는 유리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씻겨 주며 보살핀다. 유리는 그렇게 친부모 대신 낯선 이들을 선택하며 가족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이들의 생계는 도덕적 딜레마를 품고 있었다. 쇼타와 유리를 제외한 어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벌지만 수입은 언제나 불안정했다. 이에 부업 삼아 식료품과 생필품을 훔치며 생계를 꾸렸다. 쇼타와 아빠는 게임을 하듯 능숙하게 물건을 훔치고, 급기야 어린 유리까지 도둑질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위태로운 행복은 쇼타의 도둑질이 발각되면서 파국을 맞는다.
영화는 유리가 이 가족에 합류하기 전까지 이들이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가짜 가족'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부자가 함께 도둑질하는 장면, 할머니가 가짜 홀몸노인 행세로 연금을 받는 모습, 손녀가 성 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화 등에서 미묘한 위화감을 감지하게 할 뿐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보듬고, 쓰다듬고, 살을 맞대며 표정과 체온만으로도 상대의 기분과 컨디션을 읽어내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결핍과 상처를 안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며 비로소 하나의 가족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윤리적·법적 기준에서 봤을 때 이들은 사기꾼, 도둑, 유괴범이라는 꼬리표를 피할 수 없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의 삶을 지극히 섬세하고 관찰적인 시선으로 묵묵히 따라간다. 범죄 행각의 기저에는 가정폭력, 아동 방임, 성 상품화, 노동자 부당 해고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이 존재하지만 감독은 이들의 행위를 미화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담담히 담아내며 관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무엇이 진짜 가족인가?", "사랑과 유대가 없는 혈연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영화의 말미, 어른들은 법의 처벌을 받고 아이들은 입양되거나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 가족은 해체된다. 흩어진 이들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더 쓸쓸하고 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다. 찰나였지만 따뜻했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서로를 위하고 보듬었던 시간 속에서 혈연관계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느꼈음을 말이다. '어느 가족'은 사랑과 유대가 진정한 가족을 구성하는 핵심 가치임을 역설하며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울림을 선사한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