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단절 숲길 보도교, 사람만 위한 길…야생동물 이동권 배제

서의수 기자 2025. 6. 10. 19: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단절 심화 우려…'로드킬 저감대책'과 동떨어져
소티재 단절숲길 조감도.포항시 제공

포항시가 추진 중인 '도심권 단절 숲길 연결사업'이 시민 보행 중심 구조물 설치에 집중되면서, 야생동물 이동 기능은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주요 이동 경로 위에 다리가 놓이고 있지만, 유도 울타리나 식생 유도 구조 등 생태적 설계는 반영되지 않았다.

포항시는 지난해 포항IC 진입로에 길이 73m, 폭 2.8m의 아치형 보도교를 설치했다. 올해 1월부터는 연화재 일대에 길이 60m, 폭 2.5m의 보도교 공사를 진행 중이며, 하반기에는 우현동과 창포동을 잇는 소티재 보도교 공사도 발주할 예정이다. 인접한 포항제철고등학교 뒷편 구간에도 유사한 형태의 숲길 연결 보도교 공사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시는 이들 구조물을 통해 단절된 등산로를 연결하고 도시 경관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구조물들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로 기능하기 어렵다. 포항시는 "해당 보도교들은 모두 사람 보행 목적에 한정된 설계이며, 야생동물의 생태통로 기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리 폭은 대부분 2m 내외로 제한돼 있으며, 유도 울타리, 족적판, 모니터링 장비도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생태통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개방도 0.7 이상'이라는 설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터널이나 교량 내부의 시야 확보와 구조 개방성이 일정 이상 확보돼야 동물이 심리적 위협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출입구 양쪽 식생 연결, 유도 울타리 등의 장치도 필수다. 그러나 포항의 보도교 구조물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며, 설계 이전 생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시 용흥동·학산천 일대는 고라니 로드킬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구간이다. 그런데도 시는 해당 구간에 대한 구조적 개선 없이 사람 보행만을 고려한 통로를 설치하고 있다.

반면 경주시는 도당산과 남산을 연결하는 생태터널을 조성해 도심 내 끊긴 녹지 축을 복원한 바 있다. 해당 터널은 상부에 식생을 심고 공원을 조성해 멸종위기 야생동물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북 추풍령 생태통로는 수분이 부족한 시기에도 양서류가 이동할 수 있도록 자동 물 공급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무선 센서 카메라로 이동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단순 연결 구조물이 아닌 '생태축 회복'을 전제로 설계됐다. 경주와 추풍령은 사전 생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동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구조 설계에 반영한 점에서 포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2025년부터 '제3차 로드킬 저감대책'을 시행해 전국 로드킬 다발 구간에 인공지능 기반 경고 시스템, 유도 울타리, 생태통로 전환 구조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실효를 가지려면 지방정부가 사업 초기부터 생태 기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 관계자는 "보도교는 시민의 보행 안전을 위한 연결 통로로 설계된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산행 코스 개발과 안전시설 정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