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민권 완화 국민투표, 참여 저조로 무산
투표율 31%… 법개정 조건에 못 미쳐
멜로니 총리 보이콧에 기권 잇따른 듯
이탈리아에서 이민자 거주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려고 야당이 추진했던 국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됐다. 여야는 투표 결과를 저마다 유리하게 해석하며 이민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민권 취득 요건이 까다로운 이탈리아에서는 꾸준히 국적법 개정 요구가 있었다.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선 4년만 거주하면 시민권 신청이 가능한 데 비해, 이탈리아에서는 비EU 국가 출신 이주민이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연속 10년간 거주해야 한다.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다인종·다민족 선수로 구성된 여자배구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면서 이민법 개정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의회에서 수적으로 밀리는 야당은 이번 국민투표를 ‘정권 심판’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으나 정부 측의 조직적인 기권 유도 전략과 언론 노출 부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가 투표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한 ‘정치적 보이콧’을 벌였고, 공영방송인 라이(Rai) 등 주요 언론이 국민투표를 소홀하게 다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엘리 슐라인 PD 대표는 “140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는 멜로니 정부를 집권시킨 득표수보다 많다”며 “정부는 비판을 반영하기는커녕 국민의 참여를 막는 데 주력했다”고 반발했다.
여당은 야당이 국민투표를 정권 흔들기의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비난하며 투표 결과 정부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은 “정부를 공격하려던 좌파의 시도는 실패했고, 오히려 정부는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 유트렌드 로렌조 프레글리아스코 창립자는 FT에 “이민 문제가 이탈리아 정치에서 화약고가 되었으며 결국 논쟁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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