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담배회사 상대 건보공단의 소송, 그 타당성 묻다

송진영 2025. 6.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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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의회를 방문한 김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산지사장님과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의 주된 내용은 공단이 담배를 제조·수입 판매하는 회사에 흡연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소송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에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주요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단순한 민사 사건을 넘어 사회적 법적 윤리적 쟁점을 동시에 제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에 사용된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담배회사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회사들은 이에 맞서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며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이 쟁점은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나아가 공공의 건강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담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폐암, 심혈관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치명적인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해 매년 수조 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그 부담은 전체 국민이 나누어 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즉 소수의 흡연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비흡연자를 포함한 전체 국민의 재정적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담배회사는 이러한 비용 문제에 대해 흡연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문제는 담배 소비가 진정한 '선택에 기초한 것'이었는가이다. 지난 수십 년간 담배회사는 니코틴의 중독성을 강화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통시켜 왔다.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전략은 흡연이 자율적 선택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유도된 소비였음을 시사한다.

DSM-5(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따르면 흡연을 단순한 습관이나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고 니코틴이라는 중독 물질에 대한 의존이라는 병리적 현상으로 간주한다. 즉 흡연자는 약물 의존 상태에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는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진단과 치료의 대상이 됨을 함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 문제를 넘어서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기업에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만약 담배로 인해 야기된 질병 비용을 전적으로 공공이 떠안아야 한다면 이는 시장에서 기업의 이익은 사유화되고 그 손실은 사회화되는 구조적 불균형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공정성과 정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물론 법적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에는 높은 벽이 존재한다. 개별 흡연자의 질병이 담배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번 공단의 소송은 단일 개인의 손해를 보전하는 차원이 아니라 수많은 사례를 종합한 통계적 근거와 공중보건 차원에서의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송이 아닌 공공적 선언에 가깝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번 소송은 결국 우리 사회에 하나의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공공의 건강을 침해한 기업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법리 해석을 넘어 건강권과 정의 그리고 책임의 사회적 분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담배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향한 진일보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물음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송진영 오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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