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독후감 금상] 선다혜 (광일고) "1980년 5월, 평범한 소년의 잃어버린 봄"

정유진 기자 2025. 6. 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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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나는 한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나와 많이 다른 환경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소년이 바로 동호였다. 동호는 나보다 한 살 어린 16살, 중학교 3학년인 아주 평범한 남학생으로, 그는 친구인 정대와 주말에 배드민턴 치는 것을 즐겨 했고, 집에선 삼형제 중 막내였다. 분명 같은 대한민국, 광주 땅에 존재하는 소녀와 소년임에도, 나와 동호는 너무 다른 상황들에 처해있었다. 최근 고등학생이 되고 첫 시험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동호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일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걷던 길, 매일 걷던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상무관의 천장이 보였다. 매일 시신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것으로, 소년의 평범했던 일상들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그의 하루가 갑자기 뒤바뀌어 버린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시당한 채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광주 시민들은 반항조차 못하고 죽어갔다. 이 상황을 어린 새라 표현했던 작가의 말은 광주의 그날을 경험하지 못한 내 마음속에 아린 감정을 느끼게 했다.

동호를 보며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갔다. 그들도 모두 평범한 대학생이고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한 대학생이고 직장인일 수 없었다. 그들 뒤엔 항상 '폭동'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그것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이렇듯 그들의 고통은 흐릿하게 남아 흉터가 되었고, 이것이 결국 또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본인의 이기심으로 인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집단화되어 명분을 만드는 순간 죄책감 같은 것은 아득히 멀어져 간다.

영상과 글로만 접했던 나에게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오월의 이야기는 당시 광주 시민 뿐만 아닌 병원 치료가 위급한 환자에게도 참혹했다. 그분이 나의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시 담양에 거주하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늘 한결같이 통이 넓지만 정장 같은 바지에 카라티를 안으로 집어 넣어 허리띠를 두르시는 패션을 고집하셨다.

농사일로 인해 검게 그을려진 피부만 빼면 그의 옷차림만은 항상 그 누구보다 멋있었다. 그 옷을 입고 험한 농사일이 가능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지금까지도 그 패션을 고수하시는 것을 보면 '선씨 가문'의 고집을 알 수 있을 듯싶다. 그 고집은 아버지에 이어 나에게까지 이어졌다.

푸르고 푸르던 1980년의 오월, 농부였던 할아버지의 하늘은 잿빛으로 변했다. 농기구에 손이 다쳐서 응급차를 불러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광주 진입을 차단당하셨다.
 

금상 선다혜(광일고)

잘생기신 외모에 늘 갖추어 입던 할아버지에게 사라진 새끼손가락은 그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평소 표정 변화가 없으시고 과묵하셨던 할아버지의 울음을 처음 보셨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 모두가 그때 광주의 희생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소년이 온다를 보면서 참 많이 닮은 당시의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그저 일상을 살아가던 남자의 상처를 들으며 다시금 가슴이 먹먹했다.

동호가 관에 태극기를 덮다 물었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는가?" 그러자 옆에 있던 은숙이 "국가가 사람을 죽였잖아."라고 하였다. 그러나 동호는 이 답변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소년의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잔혹했던 모습이 담담한 그의 물음을 통해 나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시간이 더 흐르고, 점차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지 않았지만 사상자는 더 늘어났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보니 정대만 찾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동호는 아직 상무관에 남아있었다. 소년에게 그날 밤은 유독 더 시간이 흐르지 않고,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나도 내가 겪은 일도 아님에도 마치 그 상황 속에 내가 존재하는 듯 두려움이 밀려왔다.

무서웠겠다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에게 전하고 싶다. 내 진심 어린 말들이 그들에게 닿기를 바랐다.

모두가 기억하는 오월의 광주, 거리의 사람들, 나의 할아버지 모두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년, 소녀였다.

'소년이 온다'는 이런 책이다. 내가 겪지 않은 일도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내 가슴을 답답하고 울먹거리게 만드는 책,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책은 한 소년의 이야기이며, 1980년 5월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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