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세사기 막으려 부동산 테크기업 만든 여성 CEO 황순옥 오키씨 대표
‘우리동네 안심부동산’ 플랫폼 개발
실제 시세 예측 사기 위험 예고
부산블록체인기술혁신센터 입주

“전세사기로 피눈물 흘리는 청년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만난 부동산 테크기업 ‘오키씨’(OKCY) 황순옥 대표는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재난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부산에서만 청년 약 2000명이 전세사기범에 속아 2000억 원 이상을 잃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다.
황 대표는 이러한 전세사기를 기술로 막고자 했다.전세사기를 기술로 막고자 했다. 오키씨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우리동네 안심부동산’ 플랫폼을 개발했다. 실제 시세를 예측해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 또 계약 정보나 현장 사진 등 주요 정보를 위변조 불가능한 상태로 저장해 법적 분쟁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55인치 키오스크 ‘AI-박스’는 현재 동아대 부민캠퍼스에 설치돼 있으며, 전국의 전세가율과 실거래가를 시각화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앱 ‘오지라퍼’를 통해서도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 정보는 무료로 제공하고 프리미엄 정보는 구독 형태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한 공인중개사무소에 특화된 경량형 무인 키오스크도 시범 도입을 준비 중이다.
오키씨의 AI는 전국 부동산 데이터를 정제·가공한 뒤, 이를 기반으로 시세를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매매 거래가 드문 원룸이나 빌라의 경우 기존에 시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오키씨는 전월세 가격, 지역 정보, 건물의 특성 등 다양한 정보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아파트 이외의 건물에 대해서도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황 대표는 “AI가 예측한 시세와 실제 거래 시세를 비교해 본 결과, 약 95%의 정확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계약서나 입주 전 촬영한 사진 등의 원본 증명에 적용되기 때문에 계약의 신뢰성을 높인다. 황 대표는 “이사 당시 촬영한 사진이나 계약서가 법적 분쟁 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우리는 해당 자료의 해시값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위변조를 방지하고, 원본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오키씨는 2022년에 창업했으며, 지난해 부산블록체인기술혁신지원센터에 입주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황 대표는 오랫동안 부동산 경매 데이터를 다루던 전문가였다. 그런데 전세사기 사태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지인의 피해를 계기로 본격적인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황 대표는 “주변에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가서 전세권을 설정하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법조차 몰라 당황하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동산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키씨 시스템은 특정 물건의 전세가율을 자동 계산해 시각적으로 표시해 주며, 70% 이상이면 경고 신호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황 대표는 “청약을 기다리는 신혼부부나 첫 자취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이 시스템 하나만 잘 써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전세가율이 너무 높으면 그냥 피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플랫폼 확산을 위해 다른 지역 대학들과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공기관 대상 납품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장소에 오키씨의 키오스크를 설치해, 사회 전반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기성세대는 소액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자산을 쌓아왔지만, 청년들은 지금 정보가 없으면 제대로 된 전세조차 구하기 어렵다”며 “우리의 기술이 청년들이 자신의 돈을 지키고, 나아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