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반도 침탈은 현재진행형…역사 왜곡은 정당화 논리”
(시사저널=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파로호'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일본이 경인공업지대의 군수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화천수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화천댐을 건설하면서 생겨났다. 화천댐을 축조하던 1939년 7월부터 1944년 10월까지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 중 1000여 명이 사고와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로호는 원래 '대붕(大鵬)호'로 불렸다. 호수의 모양이 '하루에 9만 리를 난다'는 전설 속의 새 '대붕'을 닮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일본이 '조선에 상서로운 이름이 가당치가 않다'며 대명제(大鳴堤)라는 이름으로 격하해 불렀다가, 해방 후 다시 '화천호' '화천저수지'로 부르게 했다고 전해진다.
'깨뜨릴 파(破)'와 '오랑캐 로(虜)', '호수 호(湖)' 자를 써서 파로호로 불린 것은 1955년 11월18일부터다.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의미다. 한국전쟁 때 국군 제6사단과 미국 9군단이 화천호 일대에서 미국 공군의 지원을 받아 중국 10·25·27군 소속 2만4000여 명을 궤멸시킨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필 휘호를 내렸다.
참혹한 역사를 품은 파로호와 화천수력발전소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송금호 작가의 장편소설 《파로호》을 통해 재조명됐다. 인천일보 기자 출신인 송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일본의 침탈을 현재진행형으로 진단했다. 독도침탈은 여러 전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송 작가로부터 장편소설 《파로호》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와 그 취재기를 들어봤다.

파로호와 화천수력발전소를 소재로 소설을 쓴 이유가 궁금하다.
"이념의 굴레에 갇혀 있는 한국인, 한국 사회에 강력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해답을 찾고자 한 것이다. 철 지난 이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또 왜곡되고 아픈 역사를 반추해서 지금도 끊임없이 침탈당하는 국가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주변 강대국들과 어떻게 공존하느냐의 문제도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머리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이념의 굴레 속에 갇혀 있다'고 진단한 이유는.
"한국전쟁이라는 최악의 동족상잔이 한반도 사람들을 이념 중심적 사고 안에 가둬놓았기 때문이다. 해방 후에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도 배척했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색깔론은 한국 사회를 지배하면서 왜곡시켰다. 지금도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면 어느 정도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작품 속 한·중·일의 역사에 대한 해설과 평가는 작가의 주관인가.
"작가는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이입시켜서 말한다. 작품 속의 말들은 내 생각과 다름없다. 한·중·일은 각각의 역사가 존재하지만, 분명 공유된 부분이 많다. 개인의 삶이 여러 인연과 엮여있듯이 국가의 역사도 그렇다. 수천 년 동안 상호 침탈과 지배·피지배· 투쟁·패배·멸망에 따른 인구의 이동, 그에 따른 문화의 전파와 융합들이 엉켜서 오늘의 국가지도가 만들어졌다. 한·중·일은 혈통과 문화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샴쌍둥이 같다. 그런데 국가 이기주의에 매몰되어서 독자생존만을 추구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바로잡고 싶은 역사가 있어서 조선사편수회와 그 계보를 잇는 역사학자들을 비판했는가.
"단군조선을 단군신화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따라 엄연한 우리의 역사를 신화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친일 사학자로 비판받는 이병도 씨도 죽기 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단군조선을 신화로 비정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또 중국의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다는 것과 일본의 임나일본부설도 모두가 잘못 알려지고 잘못 교육된 역사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을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해양 국가인 일본은 대륙진출이 야망이다. 원래 일본은 일본열도 외에 한반도, 만주, 몽골을 식민지가 아닌 일본의 영구한 영토로 만들려고 했다. 한반도 침탈은 그 계획의 시작이었고, 역사왜곡은 그런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논리 중 하나다. 지금도 일본은 한국을 고립시키고, 일본 융성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는 견제를 넘어 침탈하고 있다. 독도는 하나의 예 일뿐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엿보였는데.
"미국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부분이 바로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이는 동북아의 패권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패권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들은 동아시아 안보의 축을 일본에 두고, 한국을 첨병으로 내세울 것이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가기 위한 이익이 분명하기에 속으로는 쌍수를 들고 있다. 한편으로 일본은 동맹을 이유로 남·북한 간의 문제에도 직접 개입할 것이다. 한·일의 군사동맹은 한국을 대륙 세력과 척을 지게 된 상황을 만들어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현역 고위 공직자가 일본 극우단체의 밀정으로 활동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쓴 대목인가.
"분명히 염두에 둔 사람과 집단들이 있다. 공개한다면 뉴라이트로 지칭되는 사람들이다. 정치인과 공직자, 언론인도 있다. 요즘엔 3.1절에 일장기를 거는 사람이 나타날 정도로 신친일파들이 설치고 다닌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친일파라고 드러내지 않고 교묘하고도 은밀하게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당할 때도 이 같은 일들이 만연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전범들과 타협했다는 내용이 역사인가.
"모두 확인된 역사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 반미세력으로 찍혀서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기 때문에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맥아더 동상 앞에서 거대한 행사를 벌이는 사회다. 아직도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은 아픈 현실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침탈에 분명히 미국의 책임이 있다."
정치권력이 저질러놓은 환란과 위기를 백성들이 수습했다는 대목은 최근 국내 정치를 빗댄 것인가.
"우리나라의 역사는 예부터 지금까지 억압받았던 민초들이 스스로 지켜내면서 꾸려왔다. 수천 번이 넘는 외환과 환란은 대부분 정치권력을 쥔 자들의 오만과 오판, 무능력이었다. 선조의 무능과 오판으로 임진왜란을 막지 못했고, 40년 후엔 명나라를 향한 사대에 빠져 급부상하는 청나라에 맞서는 오판으로 병자호란을 자초했다. 이런 역사 속에서 민초들은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켜냈다. 요즘에는 엉뚱하고도 반헌법적인 계엄을 저질러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권력자에 대항해 시민들이 아스팔트에서 밤샘하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않았는가."
'파로호에 수장된 중국군의 넋을 추모하자'는 의견에 중국 측의 관심이 있었나.
"사실 《파로호》 출간 전부터 중국의 민간단체 등이 파로호에 수장된 중국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한·중 간 직접적인 접촉이 제한적일 것이다. 강원도 현지에서는 시민단체 위주로 추모제나 추모비 건립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아쉽게도 극우단체들의 반대도 존재한다."
중국 국적 동포에 대해 2쪽 규모로 설명해 놓은 이유는.
"중국 국적 동포들은 아픈 손가락이다. 일제강점기 때 많은 동포가 중국으로 피신했거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서 이주했다. 중국 국적 동포들은 고단한 삶을 살았던 그들의 후예다. 독립운동가의 자손들도 많다. 그들을 두고 '말이 통하는 값싼 노동자'라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또 한·중 간 여러 분야에서 중국 국적 동포들의 역할은 매우 긍정적이다. 상생과 공생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 해 중국 국적 동포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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