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 세계 5명 중 1명은 원하는 만큼 자녀 못가져”

방성훈 2025. 6. 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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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구기금, 14개국 설문조사 등 인구 보고서 발표
응답자 18%가 ”원하는 만큼 자녀 갖지 못해”
고용·주거 불안 등 '경제'가 출산 최대 걸림돌
韓 58%가 "경제 이유" 꼽아…조사 대상국 중 최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5명 중 1명은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갖지 못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10일(현지시간) ‘2025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UNFPA는 경제적 부담, 주거·고용 불안, 적합한 배우자 부족 등 현실적 장벽이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저출산의 진짜 위기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꿈꾸던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보고서엔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인도, 나이지리아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14개국 성인 남녀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응답자의 18%가 경제·사회적 이유로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갖지 못하거나, 갖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경제적 제약(39%), 고용 불안(21%), 주거 문제(1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58%가 “경제적 이유로 자녀를 더 낳지 못한다”고 답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웨덴(19%) 등 복지국가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적합한 배우자를 찾지 못하거나, 건강·불임 문제, 시간 부족 등도 주요 장애물로 지적됐다.

UNFPA는 “출산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이들이 원하는 가족을 꾸릴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이는 단순히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직결된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50세를 넘긴 응답자 중 31%, 즉 3명 중 1명은 “원했던 만큼 자녀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으나, 실제 출산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3명으로, 1950년(4.7명)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1.12명), 일본(1.4명), 이탈리아(1.26명)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1.74명), 멕시코(1.79명) 등 중남미 국가도 이미 인구 유지선(2.1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출산 현상이 이미 전 세계적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적인 출산율 감소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을 가중시켜 미래 번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UNFPA는 “지금까지는 ‘출산율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위기가 더 크다”며 “가족친화적 정책, 유연한 노동 환경, 경제적 지원, 실질적 양성평등 등 사회적 해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급 가족휴가, 저렴한 난임 치료, 배우자·가족의 지원” 등이 출산율 회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을 이유로 성급한 인구정책을 도입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원하는 삶과 가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UNFPA는 올해 하반기 50개국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국가 간 비교 및 맞춤형 정책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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