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운항에 26억 적자…울릉군, 주민 위해 띄운 여객선 '속앓이'

김정혜 2025. 6. 10. 1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존 여객선, 관광객 위주로 운항
주민들 육지 갔다 오면 3일 걸려
군, 2019년 공모 통해 당일 왕복 추진
선사에 결손금 보전해주기로 협약
선박 제작 과정에 야간 크루즈 취항
숙원 해결됐지만 운항 손실 '눈덩이'
경북 울릉군이 공모사업으로 추진한 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 여객부두에 정박해 있다. 울릉군 제공

육지에서 160km 떨어진 동해의 섬 울릉군이 지난달 30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으로 받은 '26억 원짜리 청구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청구서는 울릉군과 손실보전 협약을 맺고 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3,158톤급·정원 970명)를 띄운 선사 대저페리의 3개월치 운항 결손금이다.

대저페리는 지난해 1~3월 경북 포항~울릉 항로에 여객선을 운항했다가 26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울릉군에 보전을 요청했다. 울릉군은 연간 250일 이상 배를 띄워야 하는 협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절했지만 경영난에 빠진 대저페리가 올 2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넣어 총 4회의 조정회의가 열린 끝에 3개월치 결손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10일 "대저페리가 실시협약 사항을 준수해야 결손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나 권익위 조정안을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며 "당장 예산이 없고 정확한 손실액을 따져야 해 지급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권(왼쪽) 경북 울릉군수가 지난달 30일 포항시 북구청 회의실에서 유철환 국가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조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대저페리 제공

울릉군이 주민 교통 편의를 위해 손실을 감내하고 당일 육지 왕복이 가능한 대형 여객선을 취항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모 때만 해도 운항할 만한 선사가 없어 어렵게 대저페리와 손을 잡았지만 울릉항로에 대형 크루즈 선박이 줄지어 취항하고 운항 시간대도 다양해져 정작 공모 여객선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결손금이 당초 예상치인 연 10억 원보다 훨씬 많아 가뜩이나 열악한 군 재정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인구가 9,001명(올 5월 말 기준)에 불과한 울릉군은 재정자립도가 8.42%(2022년 기준)로 전국 최하위다.

그동안 울릉 주민들은 육지에 다녀오려면 최소 2박 3일간 체류하는 불편을 겪었다. 배로 육지까지 빨라도 3시간 30분이 걸리는 데다 여객선들이 하나같이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오전 시간 육지를 떠나 울릉도에 도착한 뒤 오후에 울릉도에서 출항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오후 7시쯤 육지에 도착해 잠을 자고 다음 날 볼일을 본 뒤 하루 더 자고 그다음 날 오전 배를 타야 돌아올 수 있었다. 더구나 관광객이 몰리는 연휴에는 주민들이 배표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오랜 시간 고민한 울릉군은 오전에 울릉도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운항을 추진했다. 2019년 10월 공모를 거쳐 대저건설(대저페리 모회사)을 대상자로 선정했고 2021년 6월 손실보전을 약속하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저건설은 670억 원을 투입, 선박 건조에 들어갔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배가 완성되기도 전인 2021년 9월 '울릉크루즈'로 불리는 초대형 여객선 뉴시다오펄호(1만9,988톤·정원 1,200명)가 취항했다. 이 배가 오후 11시 경북 포항시 영일만항에서 출항해 주민들은 24시간 내 육지 왕복이 가능해졌다. 이듬해에는 포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경북 울진군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썬플라워크루즈호(1만5,000톤급·정원 628명)까지 취항해 선택권은 더 다양해졌다.

뒤늦게 2023년 7월 운항을 시작한 공모 여객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울릉도 항만 공사로 오전에 배를 댈 곳이 없어 6개월간 부득이 포항에서 출항했는데 30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협약대로 오전에 울릉에서 출항했지만 적자 운항으로 인한 결손금은 3개월 만에 2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대저페리는 결국 울릉군에 협약 중지를 통보하고 오전 시간 포항에서 출항했지만 연말까지 5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다 모회사인 대저건설마저 부동산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지난 2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개시 결정을 받아 회생절차를 밟는 중이다. 설상가상 올 4월 공모 여객선은 엔진 결함이 발생해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대저페리 역시 예상보다 많은 적자에 골치를 앓고 있다. 내년 3월 엔진 수리를 마칠 때까지 대체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나 손실보전은 안 돼 오전 시간 포항에서 출항할 계획이다. 대저페리 관계자는 "협약 사항 그대로 일년 내내 오전에 울릉에서 출항한다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고 울릉군도 지금보다 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군 재정이 넉넉지 않은 건 잘 알고 있어 원만히 협의해 군과 선사 모두 타개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울릉=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