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LA는 ‘본보기’일 뿐···권위주의 욕망, 이젠 숨기지도 않는 트럼프
‘이민자 추방 반대’ 도시에는 군대 동원
육군 250주년 열병식, 의구심 증폭

미국 하버드대와 로스앤젤레스(LA)의 공통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본보기’라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제까지 보여온 행동 패턴은 가장 힘센 목표물 하나를 고른 후 초법적 권력을 행사해 그것을 본보기로 망가뜨리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너도 똑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진보적인 대학들을 손보기 위해 하버드대를 골라 돈줄을 죄고 유학생 유입까지 막은 것이 한 예이고, 이민자 무차별 추방에 반대하는 민주당 성향 도시들에 대한 경고로 LA에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보낸 것이 또 다른 예이다.
둘 다 법적으로 허용된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하버드대 신규 외국인 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은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배치하고 해병대를 파견한 것 역시 주 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알면서도) 노골적으로 미국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이언 에노스 하버드대 정부학과 교수는 “명백히 권위주의적인 힘의 과시”라고 FT에 말했다.
특히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군대를 동원한 것은 앞으로 환경, 대학, 이민자 등 모든 분야의 반정부 시위를 똑같이 진압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FT는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양극화한 반응을 야기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놓고 갈등이 고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전략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예고편”이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더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 공공 대표를 지낸 앤드루 와인스타인 변호사는 “군대의 전례 없는 정치화든, 반유대주의를 빌미로 고등교육을 공격하는 것이든, 적법한 절차 없이 미등록 이민자를 신속히 추방하는 것이든 간에 이 모든 것은 권위주의 체제로 가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LA 주방위군 투입을 놓고 “그는 이 나라를 빠르게 권위주의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법치주의를 믿지 않는다. 그는 모든 권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열망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탱크와 블랙호크 전투기가 대규모로 동원될 이날 행사에는 4500만달러(약 61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미군이 워싱턴에서 퍼레이드를 한 것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걸프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했던 1991년이 마지막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날이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라는 점이다. 참전용사 단체인 ‘벳 보이스 재단’의 대표이자 전직 해병대원인 자네사 골드벡은 “이제까지 창군 기념일에 도심 거리 퍼레이드를 한 전례는 거의 없었다”면서 “그것은 독재자의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LA에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대를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도구로 보는 트럼프의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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