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며 싸웠더니 "사람 죽였죠?"…사진으로 담아낸 영웅의 비극

"우리의 자유를 지켜 주신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들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SJ 쿤스트할레'에 마련된 '프로젝트 솔져 :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서' 특별전에서 만난 라미 현(한국명 현효제) 사진작가는 전시회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자유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우리가 자유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다. 수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날 실제로 본 특별전은 다른 사진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줬다. 3층 전시관 초입에는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함이 발목을 붙잡는다. 포격과 전투기, 탱크, 중공군의 풀피리 소리 등이 재생되면서 전쟁 당시를 느껴볼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라미 현 작가는 "2분 가량의 소리들은 사진을 보기 전 당시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며 "보다 생생하게 전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칠흑같은 방을 나서면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과 군복, 태극기, 성조기가 늘어서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쓰이던 군복이나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신문기사, 장난감까지 수백 점에 달하는 물품들이 당시 모습을 전한다. 항공모함에 늘어선 수많은 장병들의 모습이나 우리나라의 아동 900여명을 살리기 위해 전역도 감수했던 영웅 블레이즈델 중령의 모습 등은 남다른 울림을 준다.
당시 군인들이 먹던 미국산 초콜릿과 관련된 전시도 흥미롭다. 박격포탄 지원을 원하던 미군 장병들의 암호 '투시롤'을 초콜릿으로 잘못 이해해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오배송한 사건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직접 초콜릿을 먹어 볼 수 있다. 미군 병사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나눠주던 초콜릿을 수백배 크기로 확대한 전시도 마련됐다. 라미 현 작가는 이 초콜릿을 참전 용사들에게 직접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전시의 백미는 라미 현 작가가 참전 용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주제로 꾸며진 공간이다. 작가는 1년간 미국 40여개 주에 살고 있는 미군 참전용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선물하는 활동을 벌여 왔다. 그들의 모습과 국내에 거주하는 우리 참전용사들을 주제로 한 사진 작품이 줄지어 걸려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사진 촬영 현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아직은 장애물이 많다. 1점당 최대 1000달러(한화 약 136만원)가 넘는 물품을 모두 구입해 와야 하고 인력이 적어 영상·사진촬영 등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 곳곳에서 후원이 밀려들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미 현 작가가 12년간 사비 10억원을 지출했으나 이번 전시회에도 2억 8000만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저작권 문제로 법적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참전용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우리 사회는 참전용사에 무관심하거나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고령의 나이에도 리어카를 끌거나 폐지를 주우면서 생계를 잇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군인들은 한국전쟁 참여 후 평생을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지만, 가족들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존경하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인식한다.
라미 현 작가는 좀 더 많은 관심과 참여로 더 늦기 전에 이들을 올바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나라를 위해 피흘리며 싸운 참전용사의 90%가 '사람을 몇명이나 죽여봤느냐'는 질문을 들어봤다고 말한다"며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참전용사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들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듣게 해 주는 것이 전시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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