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속하고, 언론은 너무 조급하지 말아야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부가 바뀌었다. 정책의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변화 과정에서 일정부분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 혼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언론과 정부에 서로 상반된 조언을 하고자 한다. 언론은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하며, 정부는 신속해야 한다.
물론 언론은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 다만, 이 혼란이 제도 변화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긍정적 변화를 위한 일시적 부작용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즉, 제도 변화에 수반되는 과정적 혼란에 지나치게 집착해 긍정적 변화 자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정부는 조속히 정책 방향을 정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경제신문의 <“하루 600만 원씩 벌었는데…” 18년차 횟집사장의 고백> 기사 중 “정권 바뀌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라는 부제는 다소 성급한 감이 있다. 매일경제신문의 <文정부 시즌2?…수요 억제 정책 가능성> 기사는 “민주당 정권이 또다시 들어서니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부동산 가격은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만큼, 근거 없는 예단으로 불필요한 투기 심리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가장 우려되는 기사는 매일경제신문의 <유통업계 “올 게 왔다”… 與,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로 강제>라는 단독 기사다. 소상공인위원장 출신 민주당 비례대표인 오세희 의원이 관련법(유통산업발전법)을 발의한 것은 작년 9월이다. 이 기사에서 전하는 사실관계는, 오세희 민주당 의원이 작년 9월 발의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후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오세희 의원은 상임위 간사도, 위원장도 아니며, 여야 간 합의도 없는 상황이다. 즉, 비례대표 소상공인 직역 출신 의원이 작년에 발의한 법안이 아직 논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만간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 시행될 예정'이라는 식의 단정은 낚시성 기사에 가깝다.
정부에도 반대되는 제언을 하고자 한다. 현재 언론의 주요 관심사는 추경의 규모와 민생지원금의 지급 여부다. 특히,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줄지, 저소득층 위주로 선별 지급할지를 두고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명확히 밝히지 않으니 국민은 알 수 없고, 시장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해된다. 내수가 얼어붙고, 0%대 성장률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는 특단의 소비 진작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하자니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고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소비 진작 효과도 크지 않다. 고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소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편 지급, 선별 환수'라는 방식을 제안한다. 신청자 전원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고, 내년 연말정산 때 소득에 따라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선별 지급은 작년이나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작년에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올해 소득이 적은 사람에는 민생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편 지급, 선별 환수' 방식은 올해 소득 기준으로 부담을 조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민생지원금을 받은 사람에 대해 내년 연말정산 시 인적공제(기본공제)를 제외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은 추가 세금은 없다. 연봉 5000만 원 내외 중산층은 약 20만 원 정도 증가하니 민생지원금 상당부분은 세금으로 환수할 수 있다. 특히, 연봉 1억 원 초과 고소득층은 약 30만 원의 세금이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고소득자는 받은 민생지원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런 고소득층은 민생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된다.
민생지원금 지급방식은 신청자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약 20만 원에서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모두 주는 포지티브 방식도 가능하지만, 민생지원금을 전국민에 지급하되 거부 하는 사람만 주지 않는 네거티브 방식도 가능하다.
점진적 변화는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변화에는 일시적인 무질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일시적 무질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질서를 핑계로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박태순의 소설 '무너진 극장'은 4·19 유혈 시위 직후의 혼란을 '고귀한 무질서'로 표현한다. “고귀한 무질서가 고귀한 자유, 고귀한 행복, 고귀한 가치로 축조·건설되기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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