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라 안 간다더니…당권 향한 김문수의 판박이 전략

정윤성 기자 2025. 6. 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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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부인 → 등판’ 시나리오 재연?…공개 행보 뒤 숨은 셈법은
“당권 도전 가능성 99%”…국힘 내홍 속 계파 갈등 커질까 우려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후 차기 지도 체제를 두고 내홍을 거듭하는 가운데,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당권 도전에 나설지 관심을 모은다. 김 전 후보는 선거 패배 후 잠행하는 관례를 깨고 당내 주요 인사나 지지자들을 만나는 등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김 전 후보는 최근 당 대표 자리를 '쓰레기 더미'라고 비난하며 당권 욕심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월 그가 대권 주자로 떠오르던 당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공개 행보로 출마의지를 드러내던 행동 패턴과 흡사하다. 이번에도 출마 부인을 거듭하다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6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金의 대선 데자뷔 행보

김 전 후보는 지난 3일 대선 패배 이후 사흘 연속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에서 낙마한 바로 다음 날 자신의 SNS에 턱걸이를 하고 대형 훌라후프를 돌리는 동영상을 올렸고,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과 캠프 해단식에 잇달아 참석해 당내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6일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대선 캠프 참모들과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헌화와 분향을 했다.

하루 뒤인 7일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윤 어게인' 집회를 지나는 마을버스 안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더해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잇달아 회동을 갖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여러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보와 달리 김 전 후보는 당 대표 출마설에 대해서는 "지금은 자리 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나경원·안철수 의원과의 만남 역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한 자리였을뿐 당 대표 선거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전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가 대권 주자로 떠오르던 시기에 보였던 행동 패턴과 묘하게 겹친다. 지난 1월 김 전 후보는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이 처음 거론되자 "우리 같은 사람은 잊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후 보수 지지층의 지지가 강세를 보이자 점점 국회를 비롯한 공개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가 기조연설을 맡은 국회 노동개혁 토론회에는 당 지도부를 포함해 58명의 의원이 몰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김 전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된 4월4일 이후에도 곧장 대선 준비에 나선 다른 경선 주자들과 달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대권에 대한)욕심은 없지만 나라가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출마 선언 전날까지도 "어떤 결심을 내린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날 장관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에도 당내 기류를 살피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다 때가 되면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된 가운데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가 옆에서 축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등판론에 무게…계파 갈등 격화 우려도

정치권에서도 김 전 후보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문수 전 후보가) 99.5%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본다"며 "어차피 나오시겠다고 하는 건 자유 의지이기 때문에 존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SBS 라디오에서 "본인은 안 한다고 하지만 그런 욕심을 가질 수도 있다"며 "대선 후보 경선 과정 때 '후보가 되면 그날 저녁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하겠다'라는 약속도 안 지킨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 말을 믿기가 그렇다"고 평가했다.

김 전 후보 입장에선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개최 시점과 당 개혁 방안을 두고 계파간 격론만 이어가는 상황에서 섣불리 당권 의지를 드러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개혁안대로 9월 전당대회가 열리면 한동훈 전 대표와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한계가 아닌 의원들 사이에선 한동훈 전 대표의 상대로 김 전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에선 김 전 후보의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계파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김 전 후보는 공적 마인드를 가지고 혁명가적 삶을 사는 모범적인 분이다. 한 전 대표는 범우파 진영의 굉장한 미래 자원"이라며 "아주 조그마한 걸로 싸우는 모습을 보였을 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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