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억년 전 대식가 초식 공룡, 소화 비결은 ‘장내 미생물’


1억년 전 지금의 호주에서 살던 대형 초식 공룡의 장 속에서 식성을 알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지금까지 치아 구조나 해부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초식을 했다고 추정했지만, 실제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커틴대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용각류 공룡 ‘디아만티나사우루스 마틸다에(Diamantinasaurus matildae)’의 장 내용물에서 식물 화석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디아만티나사우루스는 약 9400만~1억1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중기에 살았던 공룡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포함한 다른 용각류 공룡처럼 긴 목과 꼬리, 초대형 몸집을 가졌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용각류의 치아 형태나 턱 구조, 목 길이 등을 바탕으로 대부분 초식 공룡이었다고 추정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확인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2017년 호주 퀸즐랜드 윈턴 지층에서 발굴된 디아만티나사우루스인 ‘주디(Judy)’의 골격을 분석했다. 주디의 골격은 당시 다른 동물이 사체를 먹어치워 흩어진 상태였지만, 골반 근처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은 내장 내용물은 온전히 발견됐다.
공룡 뱃속에서 나온 화석에는 침엽수와 씨고사리류,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의 잎과 씨방 등이 있었다. 이는 디아만티나사우루스가 특정 식물을 가려 먹기보다는 눈에 띄는 대로 식물을 먹어치운 대식가였음을 보여준다. 용각류 공룡이 실제로 초식성이었고, 다양한 식물을 대량 섭취했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포로팟(Stephen Poropat) 커틴대 연구원은 “식물들이 씹히지 않고 그대로 잘려 있는 형태로 발견된 것은 이 공룡이 음식을 거의 씹지 않고 삼켰다는 뜻”이라며 “소화는 대부분 장내 미생물과 발효에 의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룡의 장 내용물에는 속씨식물의 흔적도 남아있었다. 속씨식물은 약 1억년 전부터 호주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공룡이 이를 섭취했다는 것은 진화에 맞춰 식습관도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식 공룡의 먹이는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나 침염수 같은 겉씨식물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공룡이 어린 시절에는 땅에 가까운 식물을 먹고, 성장하면서 더 높은 곳의 식물까지 섭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분석한 공룡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어린 공룡일수록 소화하기 쉬운 식물의 새순이나 씨방을 중심으로 먹었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다만 포로팟 연구원은 “디아만티나사우루스의 배 속 내용물이 용각류 공룡의 생태계 내 역할과 진화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한 공룡의 마지막 식사가 용각류 전체의 식성을 대변하긴 어렵다”며 “계절이나 건강 상태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cub.2025.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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