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교육 경고등] 사다리의 역습…'지역인재전형' 맞물려 사교육 급증
[EBS 뉴스12]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비수도권과 읍면지역까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습니다.
이처럼 최근 사교육이 급격히 팽창하는 배경엔 의대 증원 정책이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늘어난 정원이 지방 의대, 특히 지역인재 전형에 몰리면서, 이를 겨냥한 사교육 시장도 급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를 완충할 공교육 인프라도, 과도한 마케팅을 막을 장치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남 천안의 학원가.
곳곳에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대비해준다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현행법상 금지된 선행 학습 광고까지 동원해, '초등 의대반'을 홍보하는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성필 회장 / 대전학원강사연합회
"의대반 같은 경우도요. 중등 의대반 같은 경우는 이해가 되잖아요. 근데 초등 의대반도 지금 만들어져 있거든요. 초등생 때부터 의대를 준비해야 된다는 그런 여론이 많이 확산이 됐어요."
지난해 의대 정원이 약 1500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60%가 지역인재전형에 집중됐습니다.
지역 학생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넓어진 건데, 문제는 사교육 시장이 이를 새로운 먹잇감으로 삼아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겁니다.
EBS 취재진은 전국 17개 시도의 지난해 사교육비와 참여율을 학년별로 분석했습니다.
가장 큰 폭으로 사교육 참여율이 증가한 집단은 충북 고등학교 3학년.
1년 사이 무려 24.34% 늘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충청권 6개 의대에서 선발한 지역인재전형 인원은 464명으로, 전년보다 2.7배 늘었습니다.
인터뷰: 고3 수험생 / 충남 아산
"고1 때 약간 성적이 애매하게 나오다가 의대 증원 확 되고 나서 고2 때 애들이 갑자기 나는 의대를 가야겠다 이런 애들이 늘어서 학원을 수학 두세 개씩 다니고, 영어 여러 개 다니는 애들 많이 봤어요."
1인당 사교육비가 가장 크게 오른 지역도 충남과 경남 전남 등, 지역대학 중에서도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이 몰려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평균 65%에 이릅니다.
지역인재전형은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의 입학 문턱을 낮춰, 지역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인식에, 사교육 의존도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학부모 / 천안 아산
"내신도 거의 모든 과목에 1.0에 거의 수렴하게 성적을 맞춰야 하고 수능도 최저를 맞춰야 하고 그러려면 공교육에는 아무래도 믿지 못하고 사교육을 해야 된다는 그런 부담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 읍면 지역 학생들은, 의대 지역인재전형이 확대된 뒤,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기 위해 원정 사교육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학원 관계자
"지방에서는 수능 준비를 하는 친구가 극히 드물어요. 대형 학원이 아니고서는 수능 준비를 따로 그렇게 해주는 학원이 많지는 않습니다. 소도시는 안 되니까 전주라든지 지방의 거점 도시가 있잖아요. 그 거점 도시로 (학원을) 다니는 거에요.
치열한 의대 경쟁은 사교육의 저연령화도 부추기고 있습니다.
사교육 과열지구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초등 의대반'이 지방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구본창 소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지역에서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 정원이 확대되는 방식으로 되고 있기 때문에 초등 의대반과 같은 과거에는 대치동과 같은 사교육 과열 지구에만 존재했던 상품들이 전국적으로 확대가 되고 있는…."
여기에 수도권 학생들의 '지방 유학'까지 가세하며, 정작 지역 학생들은 위기의식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3학년 / 충남 아산
"농어촌 써서 대학을 가려고 했는데 위에서 애들이 내려와 버리면 서울에서 내려온 애들이 완전 상위권을 다 잡고 있고 나머지 애들은,
저희는 하위권에서 계속 머물러 있어서 애들이 별로 안 좋아해요.
올해 의대 정원은 동결됐지만,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재작년보다 190명 더 늘었습니다.
수도권 쏠림을 막고, 지역 정착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역 학생들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교육 인프라 확충과 사교육 과열을 억제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BS 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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