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종료되는 서울시 청소년 지원기관 '나는봄'... "수많은 청소년들 어디로 가냐"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여성청소년이 수치심 없이, 두려움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공간, '나는봄'은 단순한 청소년 지원기관이 아니라, 치료받지 못한 병, 말하지 못한 상처, 드러나지 못한 피해를 꺼낼 수 있던 청소년 삶의 마지막 창구이자 사회의 최후의 책임선이었습니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의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이가희 조합원은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폐쇄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학대 피해를 겪는 청소년에게 '부모 동의'는 때로 가장 높은 벽이었다. 그 벽을 넘지 않아도 되었던 곳이 바로 '나는봄'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마지막 안전망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전국 유일의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의 운영을 내달 4일 종료하기로 하면서, 위원회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료 서비스가 중단되고, 올해 입사한 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센터 운영 종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나는봄은 여성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성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한의학과 등 무료진료를 비롯해 심리치료, 생필품 및 성건강키트 지원, 성건강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달 12일 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의 운영을 현재 운영법인인 (사)막달레나공동체의 위·수탁 협약 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종료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대신 서울시는 내년 1월 기존 나는봄보다 더 큰 규모로 통합센터를 연다는 입장이다. 현재 나는봄 누리집에는 '사업 종료로 신규서비스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 현재 이용 중인 서비스는 7월 4일까지 진행된다'라는 공지가 올려져 있다.
위원회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운영 종료 통보로 인해 그간 센터가 해오던 여성 청소년 대상 진료 및 그 외 서비스들의 중단을 비롯해 올해 입사한 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해고를 앞두고 있는 등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신규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설치근거 조례도 아직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센터의 운영을 종료하면서까지 서비스의 중단과 종사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누가 봐도 졸속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밝힌 신규 센터를 설치할 계획은 현 센터를 폐쇄하지 않고 운영을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사업 및 센터 기능확대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오히려 내년에 신규사업을 하겠다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들을 중단시키고 전문성을 갖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일터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7월 4일 예정된 센터 운영 종료계획을 전면철회하고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거나 새로운 수탁법인 공고를 내는 등 지속운영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가희 조합원은 "서울시는 현재까지 수탁기관 공모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예산 반영 여부도 불확실하며, 기존 인력을 승계하거나 재배치하려는 계획도 없이 전원 해고했다. 행정절차상 공모, 심사, 협약 체결, 운영 안정화까지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며 "그 사이 위기청소년들은 의료, 상담, 긴급지원의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운영 전환이 아니라, 복지 연속성을 무시한 결정으로서 명백한 권리 침해이자, 청소년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는 사업 종료를 이유로, 현재 일하고 있는 모든 종사자의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사실상 예고 없는 해고"라며 "12년간 이 기관을 지켜온 숙련된 의료진과 상담 인력을 하루아침에 내치는 것은, 공공복지 인프라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행위이자, 청소년과 신뢰할 수 있는 어른 사이의 사회적 연결망을 끊어내는 일"이라고 지탄했다.
나는봄을 이용했던 A 씨는 "'나는봄'은 단순히 진료만 받는 병원이 아니다. 시험 기간에 무너진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고, 방황하던 저를 붙잡아준 유일한 공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봄'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는 수많은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 곁을 지켜주던 종사자 선생님들까지 하루아침에 모두 내쫓겠다는 이 결정은 너무나 가혹하다. 복지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복지이다. 서울시는 '나는봄'의 운영 종료를 백지화하하고, '나는봄'에서 일해온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기존 센터 운영이 종료되더라도 신규 센터가 개소하기 전까지는 수탁법인(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에서 지속적인 건강관리 및 사례관리가 필요한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감으로써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시설 운영종료는 수탁법인이 재위탁 종결 의사를 통보('25.3.24.)함에 따라 서울시가 위탁 운영 지속 여부 검토 후 수탁법인과 협의하여 위탁 만료시기에 맞춰 운영 종료하기로 한 사항으로, 서울시가 센터 운영 종료를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고용 문제와 관련해서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따르면, '사무의 종료 및 사무운영 방식의 전환 등' 의 경우에는 고용승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신규 시설 설치 시, 기존 시설의 종사원들도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업이 최대한 원활하게 안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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