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의 와인 Pick!] 6월의 장미, 매혹적 핑크빛 유혹 '로제' 비건와인

어린 시절의 나는 바다와 산, 그리고 들판이 어우러진 자연의 품에서 자랐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품고 때때로 옷을 갈아입은 자연은, 어린아이의 일상을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주었다. 우리 집은 아이들 뛰노는 소리로 늘 소란스러운 동네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지만, 뽐내듯 피어난 들꽃의 향기를 실어 나르는 부지런한 바람 덕분에 소곤거리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고, 들꽃 하나, 나뭇잎 하나도 나의 놀이이자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 시절, 내가 다니는 학교와 우리 집은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늘 서둘러 길을 나서야 했다. 오빠들의 자전거 뒷자리에 오른 등굣길은 천군만마를 가진 듯 행복했다.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와 오빠들의 얘기들이 섞인 그 길은 나에게 따뜻한 기억이자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오빠의 중학교 진학은, 어린아이에게는 그 학교 가는 길이 정말 무거웠고, 더 멀고도 길게 느껴졌다.
학교에 도착할 즈음 어느 집 앞마당에 또 길목 어귀에 눈부시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붉은 장미가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그 붉은 빛은 어린아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그 짙고 은은한 향기는 나만을 위한 작은 축제처럼 느껴지곤 했다.
6월, 거친 소낙비에 젖은 촉촉한 풀 내음과 붉게 피어난 장미의 향이 실려 오듯, 와인 잔에 담긴 로제 비건 와인은 6월의 싱그러운 기운을 그대로 전한다. 비건 와인은 동물성 비료를 배제해서 재배하는 방식과 와인 양조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이동과 유통과정 또한 철저히 자연의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 비건 와인과 일반 와인의 차이
비건 와인은 일반 와인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와인은 보통 양조용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와인을 맑게 정화하는 청징(Fining) 작업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와인 양조 과정에서는 와인의 탁한 물질을 걸러내고 맑게 하기 위해 달걀흰자, 카제인(우유 단백질), 어교(물고기 부레에서 추출한 콜라겐), 젤라틴(동물성 단백질)과 같은 동물성 청징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건 와인은 이러한 동물성 재료 대신, 와인을 일정 시간 방치해서 자연 침전을 통해 맑은 와인을 얻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입자가 와인 바닥에 가라앉게 하거나, 벤토나이트((Bentonite, 점토 광물), 벤토나이트(점토), 식물성 단백질, 활성탄 등 식물성 또는 광물성 청징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비건 와인 인증은 포도 재배부터 양조, 와인을 병에 담는 코르크 마개까지 밀랍이나 동물성 기반 접착제로 코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듯 병입, 운송까지도 전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와인명 : 루 갓 핑크 로제 (Lou Gat Pink Rose)
-원산지 : 프랑스, Cotes de Gascogne
-생산자 : Maison Marcellin (메종 마르슬랭)
-품 종 :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알코올 도수 : 약 12%
-비 건 : 비건와인(동물성 청징제 무첨가)
-Tasting note
연한 핑크의 맑고 섬세한 빛깔을 띠며, 체리, 라즈베리, 장미꽃의 은은한 향과 산뜻한 산도, 시트러스 필, 레드 베리류 과실 풍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바디에 산도와 과일 향이 잘 어우러지며, 깔끔하고 상쾌한 피니시, 짧지만 경쾌한 여운을 남기며, 8~10°C 정도로 시원하게 음용하면 좋다.
-Food Pairing
비건 요리에는 병아리콩과 타히니 드레싱 샐러드, 토마토 바질 파스타, 지중해식 샐러드, 구운 채소와 후무스 플레이트가 좋다.
일반 요리에는 참치 타르타르, 연어 샐러드, 닭강정, 한식의 매콤요리(김치전, 떡볶이등)가 어울린다.
오늘, 6월의 장미처럼 아름다운 당신의 하루에 비건 로제 와인 한 잔이 핑크빛 행복을 더해줄 것이다.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은 흘러간 시간의 향기이자, 다가올 추억의 속삭임이다."
현재, 데일리경제, 머니투데이에서 와인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를 전공.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조리외식경영학 박사 수료를 했다.
여러 국내 와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와인전문숍, 와인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으로 실무 현장 경험을 쌓았다.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와인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
로피시엘=박경배 기자 pyoungbok@loffici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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