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시대, 도시 홍수 부르는 범인은 [오피니언]
해법은 물이 스며드는 ‘투수포장’에 있어
이제 도시도 기후에 적응해야 할 때

지난여름, 우리에게 큰 피해를 안긴 폭우를 아직 기억할 것이다. 이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심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들이 반복적으로 홍수 위험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강우 현상과 기후 재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시 곳곳에 깔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같은 불투수 포장은 빗물의 자연 흡수를 막아 도시 홍수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반시설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빗물정원, 옥상녹화, 생태공원을 비롯한 도시 그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투수포장’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미래지향적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투수포장은 침수 방지뿐 아니라 빗물의 자연 순환 촉진, 도시 열섬 현상 완화, 탄소중립 실현, 기후변화 대응 능력 강화 등 다양한 환경 회복 기능을 갖추고 있다.
첫째, 투수포장은 도시 물 순환 체계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다. 기존의 불투수 포장은 강우 시 즉시 유출을 유발해 하수관망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지하수 침투를 막아 지하수 고갈을 초래한다. 반면, 투수성 재료(예: 투수 콘크리트, 투수 블록 등)로 만든 포장은 빗물을 토양으로 흡수시켜 지하수를 재충전하고, 하천 유량을 안정시키며, 홍수 피크 시간을 늦추는 자연 기반 해법을 제공한다. 일본 네리마구 시라코강 지하터널, 네덜란드의 ‘워터 플라자’, 싱가포르의 ‘스펀지 도시’ 계획은 집중호우 시 임시 저장과 유출 조절 기능을 갖춘 투수포장의 성공 사례다.
둘째, 도시 열섬 현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불투수 포장은 태양열을 저장해 여름철 도시 온도를 3~7°C까지 상승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이에 비해 옥상정원과 투수포장은 표면 온도를 최대 15°C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증발산 작용으로 주변 미기후를 개선한다. 독일 함부르크는 아스팔트 대신 투수 블록을 확대해 폭염 일수를 줄였고, 일본 도쿄는 ‘쿨루프 운동’을 통해 포장 재질을 변경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에어컨 사용을 줄여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한다.
셋째, 투수포장은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장 아래의 미세 공간은 토양 미생물 활동을 촉진해 유기물 분해를 빠르게 하고, 도시 녹지와 연계될 경우 추가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한다. 특히 식생이 결합된 투수포장(예: 잔디 블록)은 공기 중 CO₂를 흡수하는 생태적 포장재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도로 포장을 포함한 국토의 40%를 투수화해 탄소 배출을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EU는 ‘그린 인프라 지침’을 통해 회원국에 건물 옥상 녹색화 및 투수포장 의무화를 권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투수포장은 기후변화 적응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IPCC는 21세기 말 한반도 강수량이 현재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수포장은 극한 강우에 대한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가뭄 위험도 낮춘다. 미국 뉴욕은 ‘클린 클라우드 계획’을 통해 9,000개 이상의 투수포장 시설을 설치해 매년 10억 갤런의 빗물을 관리하고 있으며, 중국은 ‘스펀지 도시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100개 도시에서 빗물의 70%를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시범 지역에서는 2023년 기록적 폭우 당시 다른 지역 대비 침수 시간을 75% 단축한 사례도 있다.
이제 도시의 그린 인프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5년 여름을 앞두고 정부와 지자체는 단편적인 배수로 확장 대신, 투수포장 의무화 조례 제정, 기존 아스팔트 교체 보조금 지원, 민간 개발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 참여도 중요하다. 집 앞 주차장이나 보도블록을 투수재로 바꾸는 ‘마이크로 그린 인프라’ 운동부터 공공시설 모니터링까지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물이 흐르는 도시만이 기후재난에서 숨 쉴 수 있다. 투수포장은 홍수를 막는 기술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살아 있는 기후 탄력적 도시를 물려주기 위한 중요한 그린 인프라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 · 유럽환경에너지협회장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쿠팡이 1위” 공정위 과징금, CJ프레시웨이·카카오모빌리티 등 Top5 불명예
- [속보] 대통령실, 일주일 간 장·차관 인사추천 국민들에게 받는다
- ESG 우수 기업 골랐더니…수익도 안정성도 시장 웃돌았다
- “코스피 3000 눈앞에…신정부 정책 속도·실행력 추가 상승 동력”
- “AI데이터센터 숙제 전력효율화” LS전선·파두 등 게임체인저 되나
- '주가조작=패가망신'...이재명 대통령 "신고 시 수백억 포상"
- 신동빈 297억원·정용진 199억원...유통가 오너 배당금 보니
- 원달러 환율 1424원선...4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 “결국 200만원 넘었다” 갤럭시 S26 울트라 가격 상한선 돌파
-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에 21.6조 추가투자…클린룸 내년 2월 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