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언론 개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새로 나온 책]

언론 본색
양상우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언론인들은 ‘언론이 전하는 진실’에 관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저자는 취재기자부터 〈한겨레〉 대표까지 언론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뉴스 시장과 언론’을 가르친다. 이 책은 다양한 내외 언론 관련 사례를 통해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다. 언론이 왜 나아지지 않는지 성찰하며 언론 개혁의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언론의 문제를 언론만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 시작과 끝에 언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자극적 뉴스가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을 장악하는 현실에서 언론은 선정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성찰해야 하고, 동시에 언론의 본성을 깊이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합리적 망상의 시대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 옮김, 아르테 펴냄
“마음은 한 번도 완벽하게 합리적이었던 적이 없다.”
온 우주의 기운이 나의 앞날을 방해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만큼 괴롭고 처참한 삶의 순간이 있다. 이럴 때 인간은 자기방어를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이성적 사고’의 늪에 빠진다. “세상이 ‘말이 되게’ 하려는 시도로 세상을 신화화”하는 이 과정을 저자는 ‘주술적 과잉 사고’라고 정의한다. 후광효과·비례 편향 등 대표적 ‘심리적 오류’에 대한 유쾌하고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함을 견디는 법’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 터이다. 사소한 흔들림에도 삶이 무너질 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 각종 미신과 망상에 기대 구원을 꿈꿔본 적이 있는 이에게 추천한다.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상황도 사람도, 알고 보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읽힌다.

어린이는 멀리 간다
김지은 지음, 창비 펴냄
“어린이는 귀하다. 오늘로부터 가장 멀리 떠날 사람이기 때문에 매 순간 소중하다.”
이 책은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오랫동안 궁리해온 한 동화 작가의 산문집이다.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부터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서 홀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까지, 사회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제가 바뀌어도 저자가 일관되게 힘주어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어린이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에 닿을 대단한 존재”라는 믿음이다. 먼 길 떠날 어린이에게 든든한 옆집 어른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낯설어진 아동문학의 세계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박준영 지음, 북루덴스 펴냄
“그룹조직은 관리가 아닌 지원조직 역할을 하라.”
반도체 시장 환경은 세계경제의 급변과 더불어 급격하게 전환하고 있다. 삼성의 일방적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으론 SK하이닉스가 존재감을 새삼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타이완 TSMC의 부상은 반도체 기술과 생태계에서 삼성의 총체적 위기를 격화시킨다. ‘더 열심히 일하자!’라는 노동시간 연장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문제다. 저자는 그동안 자타 공인 ‘초일류’ ‘초격차’로 인식되어 있었던 ‘삼성 위기’의 핵심을 리더십·기술·반도체 생태계 측면에서 성찰하며, 한국 반도체 성장의 독자 모델인 ‘삼성 양식’의 근본적 프레임 전환을 주장한다.

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당신은 하나의 책, 미완성 문학작품, 기술적 역사의 보관소다.”
〈이기적 유전자〉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최신작. 긴 책이지만 최대한 쉽고 흥미롭게 썼다. ‘동물은, 인간은 어째서 이러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의 답변을 설명한다. 생물의 몸은 과거 조상들의 삶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록물이다. 보호색과 위장이 대표적 사례다. 제 몸집보다 큰 포식자를 흉내 내는 무늬를 가진 나방과 애벌레, 문어가 즐비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유용한 ‘기록’만 우리 몸에 새겨져 있는 건 아니다. 우리 허리 통증은 600만 년 전만 해도 조상들이 네 발로 걸었음을 상기한다. 역사가 그렇듯 도킨스가 들려주는 유전자의 이야기 역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발 떨어져 관조하게 한다. 사실적인 그림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
박한철·신상준 지음, 김영사 펴냄
“대통령 탄핵심판은 공동체 통합의 헌법적 절차이기도 하다.”
새로 선출된 지도자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모두를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사회통합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책은 “헌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것을 권한다. 19세기 입헌주의 헌법(자유와 인권)과 20세기 사회복지국가 헌법(복지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되 ‘인간 존엄성’과 ‘공동 번영’이라는 21세기적 관점에서 헌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판례들과 그 아래 흐르는 헌법의 근본적 가치를 만나다 보면 헌법이 생물처럼 느껴진다. 책 속 다양한 판례는 헌법이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역동적인 심판자로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 소개하는 판례는? 당연히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