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사계, 백사실계곡의 ‘아름다운 1년’ [포토다큐]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 봄의 산새 울음소리와 함께 피어나는 진달래, 여름엔 계곡을 따라 드리워진 숲의 그늘, 가을엔 단풍잎이 계곡을 붉게 물들이고, 겨울엔 고요한 눈빛 아래 정적을 머금는 이곳. 이 사계절의 숨결을 지난 1년간, 같은 자리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은 조선 시대 명신 이항복의 별장지로 전해진다. 그의 호인 ‘백사(白沙)’에서 이름을 딴 이 계곡은 지금도 옛 정자의 석축과 계단, 연못 터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특별한 건, 서울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맑은 계곡물과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이다.

이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단지 풍경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기후위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충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여름이면 예전보다 길고 강해진 폭염, 겨울엔 극심한 한파가 일상이 되었다. 2024년 여름은 특히나 이례적이었다. 기상청의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일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31.4%나 증가했다. 피해 규모는 단지 건강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양식 어류가 대거 폐사하며 143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위험이 아닌,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엔 숲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엔 눈이 내린다. 우리는 이 변화가 당연하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 이 ‘당연한 계절’이 흔들리고 있다. 백사실계곡의 계절이 변하듯, 우리가 지켜야 할 풍경도 함께 변하고 있다. 사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약속이자 삶의 리듬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외면한 채 살아간다면, 언젠가 봄은 너무 짧아지고, 여름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길어지며, 가을은 사라지고, 겨울은 얼어붙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이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백사실계곡의 사계절을 사진으로 담으며 스스로 물었다. “이 아름다움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사진·글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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