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중간착취 문제, 속도가 정의다 [36.5˚C]

남보라 2025. 6.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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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파견업체가 떼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정하고, 원청사용자가 정한 노무비를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중간착취 방지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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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을 마치고 국회 청소 노동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0년 12월 경기도의 한 대리기사를 인터뷰했다. 플랫폼 업체로부터 고액의 수수료를 떼이거나 용역·파견업체로부터 월급을 착복당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업체의 고액 수수료 문제를 조목조목 짚던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래도 경기도청에서 취약노동자 조직화 지원사업도 해주고 ‘이동노동자 쉼터’도 만들어줘서 대리기사들이 놀라고 있어요. 정말 고무적이에요.” 당시 우리 취재팀은 전국 100명의 노동자를 인터뷰했는데, 지방자치단체 정책 덕분에 노동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 이는 그가 유일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정책이었다.

2021년, 임금을 떼이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담은 기획 시리즈 ‘중간착취의 지옥도’를 보도했다. 이 지사는 해당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중간착취 구조를 통해 중간 하청업자는 쉽게 돈을 벌고 노동자들은 위험에 방치된다”며 “노동자 중간착취 사슬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경기도는 ‘용역·파견 노동자 중간착취 실태조사’, 노동자 상담을 진행했다. 중간착취는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실태조사를 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했다.

당시 국회에서도 움직임은 있었다. 국회의원 5명(윤준병·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8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파견업체가 떼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정하고, 원청사용자가 정한 노무비를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중간착취 방지법’이었다. 하지만 한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에 상정되지 못했다. 발의 2년이 지나 법안이 거의 잊히던 2023년, 민주당은 노동개혁 핵심 사안으로 중간착취 방지법을 선정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나온 결단이었다. 법 개정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국회는 이 법안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동생이 청소노동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간접 고용 노동자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행정가였다. 그리고 이제 대통령 취임 선서식 직후 국회 청소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인사한 첫 대통령이 됐다. 나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기도 한 ‘중간착취 방지’를 임기 내 실행하리라 믿는다. 다만 수십 년간 합법적으로 방치돼 온 문제인 만큼 조금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져 사회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말 한국작가회의는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며 선고를 촉구했다. 전국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매일, 매달 겪는 이 임금 중간착취 역시, 속도가 정의다.

2021년 1월 31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일보의 기획기사 '중간착취의 지옥도' 기사를 공유하며 "중간착취 사슬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캡처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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