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SKT의 위기, 기회될까

SK텔레콤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년 이상 된 고객을 포함해 해킹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6만명이 순감했고 5월엔 33만명의 가입자가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도 한 달 만에 14% 하락했다. 해킹사건이 알려진 지난 4월22일 종가 5만8800원에서 한 달 후인 5월22일 장중 52주 최저가(5만400원)를 기록했다. 5월23일 종가(5만700원) 기준으로는 14.0% 하락했다.
고객 신뢰도는 체감상 창사 이래 최저수준이다. 초기 이탈 가입자는 "27년간 SK텔레콤을 이용했다. 하지만 대리점에서 유심교체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고 바로 통신사를 갈아탔다. SK텔레콤은 반드시 나처럼 오래된 고객이 얼마나 이탈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이 통째로 이동하는 걸 계획 중인 가입자도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중 유심교체를 완료하고 정상영업 전환을 기대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가입자들은 떠날 시기를 타진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한자를 잘못 해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여러 연설에서 "중국어로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두 글자로 구성됐다. 하나는 위험을, 다른 하나는 기회를 나타낸다"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언어학적으로 중국어 '위기'(危機)는 '위험'(危)과 '기계'(機)로 구성된다. 기계는 시스템을 나타낸다. 즉 '기계'(機)는 '기회'(機會)의 일부일 뿐 단독으로 '기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말에는 힘이 있다'는 말처럼 실제 위기가 기회가 된 사례는 쏟아진다. SK텔레콤은 이미 고객의 신뢰 등 많은 것을 잃었다. 유심교체 비용으로 총 20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잃은 것을 회복하기 위한 비용은 더 많이 들 터다. 이를 단순 비용처리가 아닌 투자로 만들려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해킹은 앞서 국내외 통신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관·기업이 반복적으로 당했다. 이후 암호화 강화, 다중인증 도입, 보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보안교육 및 인식제고 등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대응해왔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위기라는 얘기다.
실제 2011년 7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던 네이트와 싸이월드가 해킹돼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KT에선 2012년, 2014년 각각 870만명, 117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LG유플러스에선 2020년 다크웹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일부 사용자 계정에 부정접근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고 2023년 1월에는 해킹으로 29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미국에선 AT&T가 지난해 7월 제3자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한 사이버 공격을 받아 고객의 전화기록, 문자기록 등이 유출됐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해커그룹 '솔트타이푼'이 AT&T, T모바일 등 미국 주요 통신사 8곳의 시스템을 공격한 사실을 발견했다. 반년 이상 시스템에 잠복했지만 탐지하지 못했다. 2021년엔 T모바일이 해킹으로 인해 7800만명의 기존고객과 4000만명의 전·예정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수많은 해킹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이버 공격은 더이상 공격당한 피해기업·기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정부도 책임에서 가볍지 않다.
이참에 SK텔레콤이 정부와 함께 사이버 보안 관련 위기대응을 새로운 서비스로 내놓으면 어떨까. AI(인공지능) 전문기업이자 보안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서비스이기도 하다.
현재 SK텔레콤의 대응 하나하나는 위기극복의 성공 또는 실패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내부에서는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백서로 정리할 계획이란 소식도 들린다. SK텔레콤이 비교적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미 SK텔레콤 주가는 5영업일 전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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