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29. 삼척 이끼폭포

최동열 2025. 6.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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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산의 깊은 계곡 하나가 통째로 이끼로 덮여 있는 신비경을 구경한 적 있으신가요? 온통 초록빛만이 허용될 것 같은 공간에 흰 폭포수가 비단을 드리운 듯 흘러내리고, 몇 줄기 햇살이 비밀의 문을 열듯 깊은 삼림을 뚫고 들어와 어둑한 이끼 계곡을 더욱 신비스럽게 밝힙니다.

한 줄기 빛조차 들어오기 어려운 수십 길 협곡 안쪽에 '용소'라고 불리는 연 푸르죽죽한 묘한 물빛의 소(沼)가 있고, 이끼로 치장한 폭포 벽면에는 '용소굴'이라는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바위굴도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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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태고의 신비경에 홀리다
▲ 삼척 이끼폭포

험산의 깊은 계곡 하나가 통째로 이끼로 덮여 있는 신비경을 구경한 적 있으신가요? 온통 초록빛만이 허용될 것 같은 공간에 흰 폭포수가 비단을 드리운 듯 흘러내리고, 몇 줄기 햇살이 비밀의 문을 열듯 깊은 삼림을 뚫고 들어와 어둑한 이끼 계곡을 더욱 신비스럽게 밝힙니다. 원시 태고의 공간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니겠는가, 영화 아바타처럼 공상 외계 공간이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겠는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삼척 ‘이끼폭포’ 얘기입니다. 이끼폭포는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육백산 자락의 깊디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강원도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심심산골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옥자’의 촬영지가 된 산골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폭포 주변 산비탈에는 1990년대 중반까지 아이들이 뛰어 놀며 공부했던 옛 초등학교 터가 남아 있습니다. 과거 이 깊은 산골에도 300여 명의 주민이 화전(火田)을 일구거나 산에 기대어 살았다고 하니, 고단하던 시절의 추억이 아련합니다.

이끼폭포는 2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단 폭포 만으로도 감탄사를 흘리기에 충분하지만, 비경의 절정은 상단에 숨어 있습니다. 상단 폭포는 하단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주변이 모두 깎아지른 협곡입니다. 한 줄기 빛조차 들어오기 어려운 수십 길 협곡 안쪽에 ‘용소’라고 불리는 연 푸르죽죽한 묘한 물빛의 소(沼)가 있고, 이끼로 치장한 폭포 벽면에는 ‘용소굴’이라는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바위굴도 숨어 있습니다. 비가 내린 뒤에는 용소굴 옆으로 우렁찬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동굴 속에서는 물안개까지 피어 신비감을 더합니다. 소싯적에 밤새워 읽던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은둔 도인의 세상이 이런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산유곡이지만, 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예전에 학교가 있는 마을답게 임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통행은 안되고, 등산객들은 모두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도계읍 산기길 석회광산을 지나 무건리 소재말에서 시작되는 산행거리는 편도 4㎞ 남짓, 왕복 8㎞ 정도입니다. 거칠고 험한 등산로가 아니라 임도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한나절 정도만 시간을 내면, 충분히 왕복 산행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유명세를 타면서 인간의 발길에 의한 이끼 훼손 우려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한때 자연 휴식년제를 실시하기도 했고, 지금은 아예 데크 탐방로를 설치했습니다. 벗어나는 일 없이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는 것이 이끼폭포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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