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85]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실제로 보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직접 찾아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으나, 겸재 정선(謙齋 鄭敾·1676~1759)의 ‘금강전도(金剛全圖)’는 지금 용인 호암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젊은 시절부터 금강산을 두루 다니며 많은 그림을 남겼던 화가가 직접 쓴 제화시(題畫詩)에서도 ‘제 발로 밟아보자면 이제 두루 다녀야 할 텐데, 이렇게 머리맡에 그림을 두고 실컷 보는 게 낫겠다’고 했으니 위안이 될 것이다.
교과서는 물론이고 각종 화집에서 숱하게 봤던 ‘금강전도’지만 실물을 눈앞에 두면,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그림 구석구석의 세부 묘사에 감탄하게 된다. 마치 드론을 띄운 듯 내금강의 웅장한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원형 구도를 멀리서 한번 보고 가까이 가보자. 제일 아래, 금강산 초입의 장안사 앞 비홍교에서 계곡을 따라 산행하듯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옮기면, 왼쪽의 표훈사를 지나자마자 그림 한가운데다. 여기 여러 갈래의 물이 하나로 합수되어 내려오는 만폭동이 있다. 만폭동에서 물줄기를 따라 왼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침엽수가 빼곡한 흙산이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듯 날카로운 화강암봉들이 늘어섰다. 푸른 흙산이 완만하니 왼쪽으로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암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탄 사자바위와 마주친다. 더 올라가면 꼭대기에 정양사가 있고, 그 너머로 금강산의 주봉인 둥그런 비로봉이 우뚝 솟았다.
르네상스 이래 서양화의 규범이 된 선(線)원근법은 고정된 시점에서 세계를 재현하려는 인간 중심적 체계다. 반면 ‘금강전도’는 ‘와유(臥遊)’, 즉 시공을 초월해 산속에서 걷고 머무르고 사유하는 체험의 공간이다. 이 차이는 단지 그리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자연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거닐 것인가를 가르는 더 깊은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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