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8] 찬쉐와 천쉐

얼마 전 전자책 서점을 둘러보다가 찬쉐가 쓴 글쓰기 관련 책이 보여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덜컥 구매 버튼을 눌렀다. 찬쉐라면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거장 아닌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찬사를 받으며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솔직히 나는 찬쉐의 작품을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가 쓴 작법서에 먼저 마음이 갔다. 마치 거기엔 거장이 된 그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아서. 마침 오래 비행기를 탈 일도 있어 나는 도토리를 쟁여 놓은 늦가을 다람쥐처럼 마음이 든든했다.
그런데 막상 고요한 기내에서 책을 펼쳐보고(실제로는 그냥 화면을 터치했을 뿐이니 이는 일종의 은유다) 몹시 당혹스러워졌다. 책의 저자는 찬쉐가 아니었다. 천쉐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깨닫기 위해 나는 꽤 긴 시간을 들여야 했다. 알고 보니 중국의 찬쉐만 있는 게 아니라 대만의 천쉐라는 작가도 있었다. 당연히 나는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작가였다. 하지만 어쩌랴.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일단 읽기 시작했다. ‘오직 쓰기 위하여’. 적어도 제목은 알고 고른 책이었고, 그 제목이 나를 매혹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읽게 된 그 책에서 나는 많은 감명을 받았다. 전자책이지만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 책 전체가 빨갛게 보일 정도였다. 가난과 싸우는 퀴어 작가로서, 그는 밤새 야시장에서 티셔츠를 팔고 원고료를 협상하며 배송 트럭에서 소설을 구상한다. 시장에서 누가 그를 알아보고 ‘혹시 천쉐 작가님 아니에요?’라고 묻자 기를 쓰고 아니라고 대답하는 모습에서는 나 자신의 일부를 보는 것도 같았다.
독서든 인생이든 우리는 실수도 하고 오해도 한다. 하지만 삶이 정답만을 맞히며 나아가는 시험일 수는 없다. 문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어쩌면 정반대의 얘기다. 한번 틀려봐. 그럼 더 근사한 일이 생길 거야.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립니다] 약 안쓰고, 호르몬 관리… 조선멤버십 회원만 참석하세요
- [아무튼, 주말]#대동맥권위자송석원#코스피6000시대기업史
- ‘이것’만 챙겨도 월 4만원 더... 3월부터 주택연금 수령액 늘어난다
- 온 집안 진동하는 생선·고기 냄새 걱정 끝, 무연그릴 특별 할인 [조멤 Pick]
- 서울대 연구진 모여 보톡스 성분 화장품 개발, 미국 일본 등 수출 대박
- 국내 3위 브랜드가 작정하고 만든 50만원대 16인치 노트북
- 100만원대 못지 않은 국내 개발 무선 청소기, 12만5000원 특가 공동구매
- 고기·생선 구이 연기와 냄새 확 빨아 들여, 완성형 무연그릴 11만원대 초특가
- 소변 자주 마렵고 잔뇨감 때문에 고민, ‘크랜베리’ 먹은 후 생긴 변화
- 단백질 달걀의 3배, 노화를 늦추는 가장 간편한 아침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