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 ‘미션 임파서블’, 소련 잠수함 인양 작전[정일천의 정보전과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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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영화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최신작 '파이널 레코닝'이 5월 공개됐다.
잠수함 인양을 앞두고 휴스 소유의 창고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난당한 물품 중 CIA의 작전 내용이 적힌 휴스 보좌관의 메모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1975년 2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CIA와 휴스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폭로하며 소련 잠수함 인양이 작전 목표였음을 보도했고, 이어 뉴욕타임스(NYT)까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작전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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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처럼 실제로도 미 중앙정보국(CIA)은 침몰한 소련 잠수함으로부터 핵탄두와 암호장비 등을 획득하기 위한 비밀공작을 벌인 적이 있다. 1968년 3월, 핵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소련의 K-129 잠수함이 태평양에서 정찰 활동 중 원인 불명의 사고로 침몰했다. 소련은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실패했고, 오히려 미국이 이를 눈치채게 됐다.
침몰한 잠수함이 ‘정보의 보물선’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한 미국은 수중 감시 시스템 등을 동원해 추적에 나섰고, 결국 잠수함의 위치를 찾아냈다. 이후 CIA는 ‘아조리안 프로젝트’로 명명된 잠수함 인양 작전에 착수했다. CIA는 미 선박회사 ‘글로벌 마린’의 협조를 받아 인양 작전을 해저 석유 시추 작업으로 위장했다. 당시 언론이 사업가 하워드 휴스의 시추 산업 진출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만큼 CIA는 대외적으로 완벽히 속였다.
1970년, 인양용 선박 건조에 착수하는 등 작전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뜻밖의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잠수함 인양을 앞두고 휴스 소유의 창고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난당한 물품 중 CIA의 작전 내용이 적힌 휴스 보좌관의 메모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휴스는 경찰에 신고하고, 보안이 노출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시추선으로 위장한 잠수함 인양 선박 ‘글로마 익스플로러’가 건조를 마쳐 1974년 7월 인양 작업이 시작됐다. 소련은 초기에 함선을 보내 감시도 했으나, 석유 시추로 판단하고 철수했다. 인양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돼 잠수함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나, 핵미사일이 적재된 부분을 포함해 잠수함의 절반 이상이 인양 도중 떨어져 나갔다.
CIA는 나머지 선체를 인양할 작전을 세웠다. 그러나 도둑맞았던 메모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1975년 2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CIA와 휴스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폭로하며 소련 잠수함 인양이 작전 목표였음을 보도했고, 이어 뉴욕타임스(NYT)까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작전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소련은 함정을 보내 해당 지역 인근의 미국 접근을 봉쇄했다.
결국 미국이 인양 작전을 포기하면서, 핵 탄도미사일 등 많은 정보 자원은 그대로 바닷속에 묻혔다. 인양된 잠수함 일부를 통해 미국이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는 비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의응답 문화를 남겼다. 당시 CIA가 언론의 정보 요청에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원칙으로 대응하면서, 오늘날 이러한 방식의 답변을 인양선의 이름을 따 ‘글로마 응답(Glomar Response)’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미국 첩보 역사상 민간과 수행한 합동작전 중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이 최대 규모의 비밀 공작은,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기밀 유출로 결국 종결되고 말았다. 스파이 세계에서 보안은 모든 정보 활동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생명줄임이 틀림없다.
정일천 가톨릭관동대 초빙교수·전 국정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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