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프로야구 하는데...월간 MVP 투표권 없는 지역 언론
[기고] KBO, 지역 언론 이해 노력 부족해
[미디어오늘 임동우 국제신문 스포츠부 기자]

KBO(한국야구위원회) 허구연 총재는 자신을 '지역 분권주의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역 언론은 KBO 사무국 운영에서 철저한 '서울 중심주의'만을 체감할 따름이다. 프로야구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열리나 정작 지역 언론이 설 자리는 없다.
KBO 사무국의 서울 중심 사고는 '월간 최우수 선수상' 선정 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KBO 사무국은 프로야구 시즌 중에 매달 두드러진 활약을 한 선수에게 월간 최우수 선수상을 준다. KBO는 한국야구기자회와 협의해 팬 투표 50%, 한국야구기자회 투표 50%를 합산해 최우수 선수를 결정한다. 문제는 한국야구기자회에 지역 언론사가 포함돼 있지 않아 지역 언론사는 투표권 자체가 없다.
국제신문이 국회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야구기자회는 모두 35개 언론사로 이뤄져 있다. 이들 언론사는 서울에 본사를 둔 소위 말하는 '중앙 언론사'다. 지역 언론사는 '연간 최우수 선수상' 수상자를 뽑을 때는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지역 언론사가 행사할 수 있는 표를 전부 더해도 중앙 언론사가 가진 표의 4분의1에 그친다.
국제신문 취재를 통해서도, 전재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질문 답변서에서도 지역 언론사를 향한 KBO의 선입견을 읽을 수 있었다. KBO는 지역 언론사는 연고 구단을 중심으로 취재해 다른 구단 선수를 관찰·취재할 기간이 충분치 않아 월간 최우수 선수상 선정 때 투표권을 주는 데 부정적이다. 지역 언론사가 연고 구단을 중심으로 취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는 양 팀이 맞붙는다. 지역 언론도 연고 구단과 경기를 통해 상대 전력과 주요 선수를 파악한다. 또한 연고 구단 또는 소속 선수 활약상에 관한 기사를 쓰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다른 구단 및 선수들과의 객관적 비교다. 지역 언론도 프로야구 구단 순위표, 선수 성적표를 읽을 줄 안다. KBO의 답변은 지역 언론에 대한 모욕이다.

KBO가 내세운 논리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월간 최우수 선수상 투표권을 행사하는 35개 언론사 중 프로야구 10개 구단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보고 매일 결과를 종합하는 언론은 과연 몇 군데나 될까? KBO가 제출한 언론사 명단을 보면 부산 사직구장에서 지금껏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언론이 한둘이 아니다. KBO에 되묻고 싶다. 이들 언론사가 경기 때마다 전국 5개 야구장 모두를 찾아 경기를 보고 기사를 쓰며 그 결과를 종합해 투표권을 행사하는지를 점검하느냐고 말이다.
KBO는 지역 언론의 심층적 시선을 모른다. 국제신문을 비롯한 지역 언론은 구단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깊게 취재하고 보도한다. 대표적으로 국제신문은 지난 4월 부산시가 추진 중인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에 반려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사직구장을 찾는 관중 대부분이 이용하는 도시철도 출입구가 지나치게 좁아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 부산교통공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처럼 지역 언론은 구단-지방자치단체-주민을 이어 프로야구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KBO는 지역 언론 역할과 역량을 예단해 무척이나 유감스럽다.
KBO는 지역 언론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도 지역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사업은 정말 살뜰히 챙긴다. KBO는 부산시와 기장군으로부터 시·군비 190억 원을 지원받아 한국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을 짓는다. KBO 허구연 총재는 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이 건립되면 지역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이 지어지면 KBO는 지역을 고려하고 지역 언론을 파트너로 인정할까? 알 수 없다. 한국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이 부산에 지어져도 관련 사업과 행사 취재 우선권을 중앙 언론사로만 채워진 한국야구기자회에 주고 지역 언론을 배제하지 않을까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KBO는 국제신문이 지적한 지역 언론 소외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KBO 이름으로 상을 주지만 투표권 배분 문제를 한국야구기자회와 우선적으로 논의하라는 입장이다. KBO 입장에서 이번 문제가 '지역 언론 대 KBO'가 아니라 '지역 언론 대 한국야구기자회' 차원으로 바뀌는 걸 내심 바랄지 모른다. 국제신문이 한국야구기자회 가입 신청을 하고, 야구기자회가 이를 거절한다면 KBO는 계속해서 지역 언론에 투표권을 주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긴다.
한국야구기자회 가입 시도가 결과가 예정돼 있더라도 국제신문은 일단 뛰어들 생각이다. 국제신문을 비롯해 지역에 연고 구단을 둔 언론사와 연대해 함께 야구기자회 가입을 시도할 계획이다. 설령 가입이 거절되더라도 '또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허구연 KBO 총재가 말한 '지역 분권'이 야구 취재·보도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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