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돌아왔다, 귀향시대] (17) 양산에 살어리랏다

김재경 2025. 6. 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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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고향서 굽는 희망, 날마다 행복도 빵빵

대학 자퇴 후 폴리텍 대학 졸업
타지서 일하다 다시 고향으로
다양한 경험 쌓다 자영업 시작
멀리서도 찾는 단골 많아 자부심
좋은 인연 만나 올해 가정도 꾸려

코로나 때보다 경기 더 안 좋지만
연령대 다양한 소상공인 모임 도움
높은 배달 수수료도 큰 부담거리
양산사랑카드 연계앱 활성화 필요

교통 편하고 자연 친화적인 양산
교육기관·병원 등 시설 많이 생겨
안정감·삶의 질 높아 매력 넘쳐
지역 청년정책 많지만 홍보 부족
적극 참여하도록 알리는 게 중요

싱그러운 초여름 날씨, 귀향청년을 만나기 위해 찾은 양산 물금 신도시의 한 가게.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기분 좋은 향긋한 빵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번 귀향청년 주인공은 갓 구운 따뜻한 프레즐(프레츨)을 판매하는 양창민(33) 앤티앤스프레즐 양산물금점 대표다. 이날 마침 그의 아내인 권태림(35)씨도 잠시 가게에 나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양씨와 권씨는 양산 출신으로 지난 4월 결혼한 신혼부부이기도 하다. 부부는 연신 싱글싱글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보는 가게 메뉴판에는 프레즐 메뉴별로 치즈가 들어가는지 여부 등 손수 설명을 적어뒀고, 이에 어울리는 무탄산 에이드 등 음료가 무엇인지 안내하고 있었다. 부부는 가게 안에다 손님들이 적어둔 리뷰들을 정성스레 스크랩해 걸어뒀으며, 단골 손님들의 도장 쿠폰을 이름별로 분류해 모아두고 있었다.

양씨가 프레즐을 만드는 공간은 손님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 키친’ 형태였는데, 현란한 손놀림에 꽈배기 형태 등 갖가지 프레즐이 뚝딱 만들어졌다.

양창민 앤티앤스프레즐 양산물금점 대표가 양산시 물금읍의 매장에서 프레즐을 만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가게는 아침 9시 반에 영업을 시작하지만, 저는 1시간 일찍 출근해요. 제일 중요한 게 반죽이에요. 오늘은 날이 좋아서 괜찮은데, 비가 오는 날에는 반죽을 할 때 물을 덜 넣기도 하죠. 물 넣는 적정량이 중요하고, 발효시간도 중요하죠. 음식도 손맛이 다 다르다고 하잖아요. 프레즐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아침 가게 문을 열면서 맛있게 잘 만들어졌는지 항상 맛을 보거든요.”

양씨의 표정과 말에는 행복함이 묻어나 보였다. 양씨는 “가게 대표 메뉴는 아몬드 크림치즈스틱과 레몬에이드이고, 시즌마다 다양한 크림치즈의 메뉴가 나온다. 핫도그 프레즐도 인기 메뉴”라며 “누구보다 맛있는 프레즐을 만들기 위해 크림치즈도 듬뿍, 정성도 듬뿍 넣기 때문에 멀리서도 많은 단골이 찾아온다. 2021년 7월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손님이 길게 줄을 설 정도였다. 본사에서 이달의 매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사실 제가 프레즐을 만들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뜬금없게도 양산 토박이인 그가 고향에 정착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을 할 거라 짐작을 못했다고 한다.

양씨는 “부산에 있는 대학을 다니다 자퇴를 하고 폴리텍 대학을 졸업했다. 조기 취업 대상자가 돼 구미지역에 자동차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는 회사에 취업을 했다”며 “타지에 나가 직장생활을 했지만 다시 양산에 돌아오게 됐고, 물류센터나 인력소 등 여러 일을 경험했다”고 했다.

또 “양산을 떠난 시간이 비록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다시 고향에 돌아오니 익숙한 거리, 사람들, 가까이 있는 가족 등 안정감이 있으니 정말 돌아왔다는 걸 실감했다”며 “다시 돌아온 만큼 원하는 바를 꼭 이루자는 마음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귀향 후 힘들었던 순간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었고,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새로운 직장, 제 가게를 시작하기 위해 서울에 어머니와 함께 교육받으러 갔을 때가 가장 설레고 즐거웠던 것 같다”며 “고향에 온 이후 좋은 인연을 만나 2019년부터 연애를 해온 아내와 올해 결혼식도 올리고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전했다.

처음 해보는 장사가 마음먹은 만큼 쉬우랴. 양씨는 이런 고민을 안고 청년들이나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하는 소상공인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양씨는 장사를 하는 청년들이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물음에 “초반에는 가게 운영적인 부분이나 개선 방향을 이야기 나눴지만, 경기불황으로 다들 지쳐있는 상태라 서로 위로가 되어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며 “청년들에게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라는 말과 다짐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경제가 힘들고 상황이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잘 버티다 보면 밝은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창민 앤티앤스프레즐 양산물금점 대표가 양산시 물금읍의 매장에서 프레즐을 들어보이고 있다.

근래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양씨의 가게도 직격탄을 맞았다.

양씨는 이에 “몸소 체감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코로나19 시대를 겪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두 배는 더 힘든 것 같다. 임대료나 인건비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데 매출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요즘 마케팅 등 장사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웃음을 잃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면 꼭 함박웃음 짓는 날이 올 것”이라며 기대를 걸었다.

자영업자에게 배달 수수료 등도 큰 부담거리다. 그는 “우리 가게도 배달을 하는데,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가능하면 매장 전화번호로 직접 주문해 달라고 안내한다”며 “양산 시민들은 양산사랑카드 앱과 연계된 배달양산이란 앱을 이용해 주문이 가능한데, 아직 활성화나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플랫폼은 구축돼 있기 때문에 시민이나 행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많은 청년 등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양씨는 양산살이에 대해 “전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교통편이 좋아 김해나 부산 등 인근 도시를 20~30분 만에 오갈 수 있고, 공원이나 산책로가 많아 자연 친화적이고 삶의 질도 높아 충분히 매력이 넘친다고 생각한다”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있고, 아이를 키우기 위한 교육 기관이나 병원, 쇼핑몰 등 다양한 시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주위의 절친한 지인 부부들도 떠나지 않는 고향이라 더 만족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청년이 넘치는 양산을 만들기 위해 “현재 양산에도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원 정책을 잘 모르는 청년들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 양산으로 돌아오거나 머무르며 가정을 꾸려나갈 청년이 많기에 귀향 청년을 위한 거주, 직업, 출산 등의 지원 사업 확대와 함께 각 사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해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앞으로 소망에 대해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좋겠고, 저의 노력으로 가게가 꾸준히 잘 돼서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귀향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돌아간다는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포기가 아닌 자신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선택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양창민 앤티앤스프레즐 양산물금점 대표./김승권 기자/

◇양산시 청년정책= 양산시는 청년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청년정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시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정책의 이해도 및 인지도가 한정적인 점을 보완한 것이다.

또 양산시가 운영하는 청년센터 ‘청담’은 ‘청년을 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청년 취·창업 교육, 활동 공간 지원, 커뮤니티 활성화 및 문화 여가, 휴식 등 청년 복지 향상 등을 지원한다.

시의 청년 비전은 ‘자신만만 청년이 당당하게 꿈꾸는 양산’으로, △꿈과 열정이 있는청년 생활 △행복과 즐거움을 나누는 청년 복지 △소통과 참여로 만드는 청년 도시를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청년 취업 준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청년들에게 면접정장 대여와 청년 자격증 응시료 지원,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고 지역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청년 월세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양산시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시에서 다양한 청년 특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고립·은둔 청년 정책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 희망 하이패스’ 사업으로 고립·은둔 청년 발굴부터 사회 진출까지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원한다”며 “지역 모든 청년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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