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존이냐 개발이냐...제주 중산간 지구단위계획 개발기준 찬반 격론

박성우 기자 2025. 6. 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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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직권보류 속 토론회...애월포레스트 특혜 등 의혹 제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최종 관문에서 멈춰선 '제주 중산간 개발기준'을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개발 억제를 위함이라는 제주도의 설명과는 달리 특혜 의혹과 난개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의회는 9일 오후 2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도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변경 동의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동의안은 제주 중산간 지역을 1구역과 2구역으로 구분하고, 구역별 지구단위계획과 도시계획시설 입안 시 제한 기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개발 제한지역인 평화로·산록도로·남조로 등 한라산 방면 379.6㎢을 '1구역'으로 유지하고, 추가로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 224㎢을 '2구역'으로 포함시키는게 골자다.

1구역은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불가능하고, 2구역은 주거형·특정 지구단위계획과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휴양형, 산업유통형의 개발이 제한된다. 다만, 골프장을 포함하지 않은 관광휴양형 개발사업과 첨단산업을 포함한 산업유통형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다만, 이를 두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특정 사업에 대한 특혜 및 난개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의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 심의까지 통과한 동의안을 제주도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제지했다.
9일 제주도의회가 주최한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변경 동의안' 토론회.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 시민·환경단체 "특정 기업 특혜 여전...도로 기준 적용 행정 편의주의"

시민사회·환경단체 토론자들은 이번 동의안이 중산간 지역의 보존보다는 개발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졌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주도가 제시한 기준은 지속 가능한 중산간 관리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대규모 관광 개발을 가능케 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해발 300m 이상 지역에 대해 관광지 개발을 허용하는 것은 많은 도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2구역이 1구역보다 환경적 가치가 낮다는 제주도의 설명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2구역에 곶자왈과 오름, 하천 등 주요 보존자원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보존은 개별 자원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중산간 전체를 유기적·입체적 생태계로 보고 보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로를 기준으로 구역을 나누는 제주도의 개발 기준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며 "이 기준대로라면 중산간 지역은 여전히 난개발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환경 가치와 생태축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역설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이번 중산간 개발 기준 변경안이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2024년 2월 2일 '도시관리계획 사전 입지 검토 서류' 접수 및 4월 26일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진행 등의 절차가 있었으며, 해당 사업지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의 적용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홍 대표는 "제주도가 기준안 마련 이전부터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2월 2일 이전에 이 사업을 검토했다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며 "타임라인을 보면 이 기준안의 발단은 애월포레스트 사업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드림타워 카지노 허가' 과정을 대입했다. 그는 "당시 제주도가 카지노영향평가를 만들면서 찬성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거짓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와 똑같은 수법이다. 도시계획을 이용해 기업들에 특혜를 주면 보존을 위한 100년대계는 헌신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원일 제주MBC 기자는 "'중수도 설치'나 '3층 이하' 같은 조건만으로 대규모 숙박시설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준이 무너지는 셈"이라며 개발 면적 제한이 없다는 점을 허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도시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개발 승인 절차 등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9일 제주도의회가 주최한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변경 동의안' 토론회.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 "기존 제도 10년간 변화 없어...정책 목적은 난개발 방지"

반면 제주도와 일부 연구진은 이번 기준안이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 관리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이라고 맞섰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는 2015년부터 일정 지역을 지구단위계획 지정제한지역으로 설정해 개발을 제한했고, 그 기간 동안 제주에는 인구 증가, 관광객 급증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해당 제도는 사실상 강화·완화 없이 유지돼 왔으며, 제도 운영상 불합리하거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전제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의 단순 구역 분류 방식만으로는 중산간 지역의 개발 수요와 환경 보전 가치를 모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하수 자원 특별관리구역 개념을 도입하여 보다 정밀한 기준을 마련하려 했다"며 "제주는 전체 수자원의 98% 이상을 지하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공간계획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산간 전역을 절대적으로 개발금지 지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며, 변화하는 도민 수요나 전략시설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환경적 영향이 큰 지역에서는 철저한 심의와 통제를 거쳐야 하며, 탄소중립, 중수도 활용, 재해예방형 기법 등 다양한 친환경 요소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 미래비전 용역 등에 직접 참여했던 조판기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중산간 지역을 평탄히 구분하기 어려운 제주 지형 특성상, 도로나 표고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당시 필요한 정책적 선택이었다"고 회고하며 특히 해발 300m 기준은 오름, 곶자왈, 지하수 등 보존 가치가 집중된 지역을 규정하기 위한 합리적 타협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부원장은 "도시기본계획은 포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원칙을 담고 있으며, 실제 실행은 하위의 도시관리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며 "현재의 개발 기준안은 그간 실행계획이 미비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반영하려는 시도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이창민 제주도 15분도시추진단장은 특정 기업 특혜 의혹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단장은 "중산간 지역 관리 기준은 지난해 2월 2일 브리핑 등을 통해 본격 추진됐으며 그 이전에는 변경계획 검토가 없었다"며 워킹그룹과 관련 단체와의 토론회를 거친 결과물일 뿐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산록도로를 기준으로 한 구역 설정은 행정 편의적 접근이 아닌, 지하수 자원 특별관리구역·경관보전지구·곶자왈 보호구역 등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결과"라며 "도시기본계획의 해발 300m 보존강화구역 설정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준안은 그간 미비했던 중산간 지역 개발 기준을 명문화하고 체계화하려는 첫 시도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보완과 수정을 거쳐 지속가능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동의안을 직권 보류한 제주도의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종합해 심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