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ESG는 변화·도전의 개인사를 기록보관하는 경쟁

오래전 와튼스쿨(Wharton)에서 '고급경영자과정'을 공부할 때 개인의 역사 관리를 위해 중요한 일 또는 대비하고 보완이 될 수 있는 업무를 항상 기록하고 보관하라는 '기록관리전략(record management)'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당시 관심도는 높지 않았지만 경쟁력이란 단어와 연계시키면 나름 큰 전략 기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공기업 ESG 강의나 금융권, 대학 강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주제로 활용하고 있다.
은행 재직 중간관리자 시절 인사이동으로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났을 때 그동안 추진하거나 중점적으로 진행한 일에 대해 요약·정리해 후임자에게 전하고 온 적이 있었다. 나 역시 새로운 지점에서 일하며 전임자 인수인계 사항 중요성이 크게 다가왔고, 늘 그렇듯 대충 몇 마디 말로서 '오케이' 하며 내미는 동그란 손가락 표시가 전부였다. 몇 주가 지나고 새로운 환경과 임무에 적응이 될 때쯤, 이전 지점의 지점장이 직접 전화를 해 시간 나면 잠시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이 과장! 내가 은행생활 28년 동안 인사이동한다고 이렇게 성심성의껏 인수인계 노트를 남기고 떠난 친구는 처음 봤네."
그분은 몇 년 뒤 임원이 되고, 주요 이벤트가 있으면 내게 자문을 구하고 격려했다. 업무 영역이 달라 같이 일한 적은 없지만 그 하나로 은행을 떠날 때까지 내 사례를 언급하며 업무 인수인계 기본을 세팅시켜 놓았다.
우리나라 '다산과학기지'가 위치한 노르웨이 '스발바르'섬은 육지 태반이 빙하로 덮였고 여름과 겨울 3개월은 밤낮 구별이 없는 섬이라고 한다. 이곳이 유명지로 떠오른 까닭은 지구에 대재앙이 닥쳤을 상황을 대비해 식량의 기본 재료인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기구가 있다는 것이다. 이곳엔 세계 각국에서 보낸 약 98만 종의 종자를 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잉카문명 기록, 서양 최초 인쇄물 구텐베르크 성서, 쇼팽의 악보도 있다고 한다. 1925년 스발바르 협약은 이 섬에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많은 나라들의 약속이다. 춥고 건조한 날씨는 기록물 보관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저장 방식의 필름화로 해킹 염려가 없고, 맡긴 자료의 생명력은 최소 1천 년이라고 한다. 특이하게 일반인도 일기장이나 앨범사진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곳이다.
공적 업무 영역을 제외한 기업을 경영하는 CEO나 학생, 일반인 같은 경우 분명 뜻하는 바 목표와 성과관리, 과정의 내용 보완과 삭제 같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기록 관리·보관은 시스템이나 양식에 구애받지 않더라도 어떤 일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기록은 확인이고 보관은 자산인 것이다.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는 작은 일에서 경쟁력이 확보된다. 매 순간 진지하게 묻고 답하며 그 안에 새겨지는 합리적이고 분명한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 동의를 구하는 절차다.
회의 때 공식적인 기록인 '회의록'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느끼고 다지는 생각 역시 중요한 관계자산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해 오던 일에 대한 결과 예측과 착오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수정·보완·변경할 수 있는 룸을 만들어 둘 수 있다. 아울러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내가 아닌 공동으로 업무와 연결된 다른 사람이 새롭게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간 모니터링과 분석은 성공을 위한 밑그림이자 '이기는 정신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현상을 파악하고 진단하며 성공을 위한 합리적인 방향을 조율해 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록과 그 기록에 남기는 날짜와 시간은 정말 중요한 단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스발바르는 급변하는 시대상황에서 기록 보관의 일상성이 미래를 대비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변화와 도전의 개인 역사 기록·보관은 이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이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