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발언대] 발자국- 김영현(사회부)

김영현 2025. 6. 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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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조기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5월의 경남은 말 그대로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대통령 후보가 방문한 현장에는 마치 거대한 댐의 수문이 열린 듯 인파가 쏟아져 나왔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언론사와 정치 유튜버들은 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매 순간 자리다툼을 벌였다.

그리고 그날 유세 현장에서 기자의 신발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 이 무언의 물음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통령은 조속히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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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조기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5월의 경남은 말 그대로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대통령 후보가 방문한 현장에는 마치 거대한 댐의 수문이 열린 듯 인파가 쏟아져 나왔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언론사와 정치 유튜버들은 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매 순간 자리다툼을 벌였다. 디지털뉴스부 소속인 기자 역시도 현장을 더 가까이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인파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파는 예상보다 훨씬 거셌다. 누군가의 팔꿈치가 옆구리를 밀쳤고, 누군가의 발이 발등을 밟고 지나갔다. 고통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후보자를 놓치면 그날 하루는 ‘꽁친 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유세 현장은 그런 전쟁 같은 몸싸움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취재가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기자의 신발 위에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흙먼지로 번진 그 자국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그날의 현장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록이자, 그들의 의지였다. 그리고 6월 3일, 그 발자국들은 결국 한 방향을 가리켰다. 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단순히 한 후보에 대한 지지로만 설명할 수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 당시 불거진 비상계엄 사태는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는 헌정질서의 위기를 초래했고, 전 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조기대선은 그런 불안과 분노, 변화에 대한 갈망이 교차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은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당선되기에는 충분했지만,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계엄 사태를 옹호한 국민의힘은 찍을 수 없지만, 이재명 후보도 찍을 수 없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남긴 발자국은 단지 환호와 지지의 자취만이 아니다. 주저하며 망설인 발걸음, 여전히 불신을 거두지 못한 시선들 또한 그 안에 섞여 있다. 왜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끝까지 마음을 열지 못했는지를 성찰하는 시간부터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날 유세 현장에서 기자의 신발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 이 무언의 물음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통령은 조속히 답해야 할 것이다.

김영현(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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