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보험사의 농업재해보험 독점, 공공성 흔들어 [왜냐면]

한겨레 2025. 6.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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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재해보험은 태풍, 집중호우, 냉해 등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고,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책보험이다.

농업인은 민영보험처럼 보험사를 선택할 수 없고, 손해평가사도 일방적으로 배정된다.

반면 미국은 12개 민간 보험사가 농업재해보험에 참여하며, 농업인이 보험사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일정 요건을 갖춘 다수 보험사의 참여를 보장해, 농업인이 보험사와 손해평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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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본 한 농부가 밭을 손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옥 | 손해평가사

농업재해보험은 태풍, 집중호우, 냉해 등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고,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책보험이다. 매년 약 1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며, 그 취지와 목적은 분명히 공공성에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보험을 민간 보험사인 엔에이치(NH)농협손해보험에 단독 위탁한 채 운영하고 있다. 농협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회사는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된 후 주식회사로 전환된 민간 영리기업이다. 공공재정으로 운용되는 보험 제도가 민간 기업의 손에만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와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운영의 독점성만이 아니다. 손해평가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평가 개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엔에이치농협손보 쪽 ‘구역담당자’들이 손해평가사에게 고압적으로 지시하거나 피해율을 낮추려고 시도한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평가 업무는 손해사정법인에 편중 위탁되고 있고, 이들 법인 역시 보험사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농업인은 민영보험처럼 보험사를 선택할 수 없고, 손해평가사도 일방적으로 배정된다. 보험사가 평가사 선정권과 재배치 권한까지 쥐고 있어, 제도 공정성과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12개 민간 보험사가 농업재해보험에 참여하며, 농업인이 보험사를 선택할 수 있다. 평가 업무는 농무부 산하 공공기관(RMA)이 설계·감독하고, 손해평가도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민간의 자율성과 공공의 통제가 균형을 이루는 구조다.

우리도 더 이상 이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개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보험 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업정책보험공단’(가칭) 같은 전담 공공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둘째, 손해평가 업무는 보험사로부터 완전히 분리해 중립적 공공기구가 맡아야 한다. 셋째, 일정 요건을 갖춘 다수 보험사의 참여를 보장해, 농업인이 보험사와 손해평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3년 정부는 한때 농업정책보험공단 설립을 검토했으나,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업무를 위탁하고 손해평가사 제도를 도입하는 식으로 반쪽만 보완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간 보험 규모가 1조원을 넘었고, 양성한 손해평가사도 7천명 이상이다. 제도 개선의 인프라는 이미 갖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재해보험은 민간 보험사의 수익 수단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이 정책보험이 제 기능을 하려면, 공공성과 투명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예산과 인력상의 제약이 있다면, 손해평가 업무부터라도 조속히 독립시키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제도 불신을 고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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