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반납과 함께, 노인 운전평가·안전장치 부착 등 병행을
- 면허반납 일회성 혜택 효과 적어
- 정부, VR 운전능력 평가 곧 도입
- 고위험자 조건부 면허 제도 추진
- ‘어르신 운전 중’ 표지 부착 효과
- 65% “양보·배려에 안전성 향상”
- 日, 대중교통 무료로 이동권 넓혀
- 안전장치 지원금·강습 의무화도
- 사회적 인식의 전환 동반 되어야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만 명 돌파’. 이는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내놓은 부산의 10년 뒤 미래다. 2035년에는 부산의 노인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지역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다. 3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가 마주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고령자의 면허 반납을 유도해 운전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능사일까.

전문가는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과 이동권 보장이 병행돼야 그 효과가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또 부산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 노인 인구 증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고령자의 운전 자체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차량 안전장치 부착이나 운전능력 평가 강화 등을 통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동반될 때 문제 해결이 좀 더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선불교통카드에 현금성 인센티브

부산시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10만 원이 충전돼 있는 선불교통카드를 지원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시는 운전면허 반납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증액하기 위한 ‘고령자 교통안전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고령자의 면허 자진 반납률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오는 7, 8월께 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에 더해 남구 해운대구 연제구 기장군 등 부산지역 4개 구·군은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에게 현금성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한다. 남구는 올해부터 면허를 반납한 75세 이상 구민에게 현금 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490명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해 혜택을 받았다. 애초 600명 규모로 예산을 편성한 남구는 250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7500만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올린 상태다.
해운대구는 지난 2월부터 75세 이상 면허 반납자에게 현금 10만 원을 제공 중인데, 지난달 22일까지 229명이 인센티브를 받았다. 연제구는 관내에 3년 이상 거주한 75세 이상 면허 반납자를 대상으로 현금 30만 원을 준다. 올해부터 시작한 이 인센티브 혜택은 지난 3일까지 538명에게 돌아갔다. 기장군은 지난해 2월부터 65세 이상 면허 반납자에게 온누리상품권 1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47명이 혜택을 받았으며, 올해는 현재까지 253명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해당 구·군은 더 많은 고령자가 면허 반납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부족한 예산은 추경이나 내년도 예산 소급 지급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회성 혜택 외 제도 병행 필요
일각에서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인센티브만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에 대한 극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센티브 지원과 함께 ‘고령자 이동권 보장’ ‘VR(가상현실) 운전능력 평가시스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등 고령 운전자 관련 제도가 촘촘히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내 도입 예정인 VR 운전능력 평가시스템은 VR 기기를 통해 운전능력을 진단한다. 특정 연령 이상을 기준으로 정하기보다는 시력 저하, 거동 불편, 치매 등 신체 및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고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VR 운전능력 평가시스템을 시범 운영, 의료적·객관적 기준을 마련한 뒤 7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 등으로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면허 소지자의 운전능력을 평가해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도 함께 추진된다. 개인의 운전능력에 따라 심야 시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운전 제한 등 운전 시간·장소 등에 조건을 두는 식이다.
▮‘어르신 운전 중’ 표지 효과 톡톡
‘초보’ ‘아이가 타고 있어요’ 표지처럼 고령자가 운전하고 있음을 알려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배려를 이끄는 방식도 효과가 있다. 지난 2월 한국교통안전공단(TS) 부산본부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어르신 운전 중’이라는 표지를 붙인 경우 3명 중 2명은 다른 운전자의 양보와 배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TS는 지난해 9월 고령 운전자 표지 2000장을 부산지역 노인단체와 TS 자동차검사소 방문객 등에게 배부, 참여자를 대상으로 효과성을 분석했다. 고령 운전자 95명과 일반 시민 96명 등 총 1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령 운전자 과반(65%)이 ‘해당 표지 부착이 운전자 안전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다른 운전자의 양보와 배려를 체감했다’는 응답도 67%에 달했다.
조사에 참여한 일반 시민 대부분(93%)은 ‘고령 운전자 표지 부착 차량에 배려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고령 운전자 표지에 관한 공통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84%가 ‘해당 표지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고령 운전자 중 해당 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응답자는 ‘다른 운전자의 시선 우려(4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일반 시민 응답자 중에서도 ‘본인이 고령 운전자가 되면 해당 표지 부착 의향이 있다’고 한 비율은 3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고령 운전자 표지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공감하지만, 주변 시선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동반될 때 교통사고 예방과 고령 운전자 친화적인 운전문화를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동권 보장, 안전장치 부착
고령 운전자 이동권 보장을 통해 면허 반납을 유도하거나 고령 운전자를 위한 안전장치 부착 차량이 상용화된 국내외 사례도 있다. 강원 원주시는 2023년 3월부터 대중교통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정식 운행 중이다. DRT는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승객의 호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교통수단으로, 앱이나 콜센터를 통해 출발 30분 전 출발지와 도착지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기 파주시, 경남 창원시, 전남 신안군 등도 DRT를 운영한다.
인구 3분의 1이 65세 이상인 일본은 이미 고령자 운전면허자율반납 제도를 다각도로 시행 중이며, 그 혜택이 단순 인센티브 지급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이 없어 생필품 구매가 어려운 지역에 무료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대중교통 무료 이용, 택시 탑승 쿠폰 지급 등 운전면허 반납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하다. 도쿄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대도시에서는 문화 공연, 병원 이용 혜택이 제공된다.
7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 차량에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표지를 붙여 다른 운전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면허 갱신 때 ‘고령자 강습’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또 고령 운전자에게는 안전장치가 있는 서포트카 구매를 권장,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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