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에 바람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그 동안 뉴스에서 다룬 주요 내용을 키워드로 분석해 보면,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담당자 인선이 주를 이룬다. 그런 와중에 정책 키워드로는 민생 경제, 그리고 놀랍게도 인공지능이 들어있다. 짧은 시간 급하게 진행된 대선을 통해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정치 외교 복지 같은 분야는 급격한 전환이 예상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과학기술 정책은 종종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의 중심에는 과학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의 일상 산업,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으며 그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최근 2~3년간의 흐름만 보아도 AI는 단순한 자동화나 검색 도구를 넘어서고 있다. 병원에서는 AI가 의료영상을 판독하고, 학생들은 AI 튜터와 공부하며, 기업에서는 업무 요약을 맡긴다. 국립부산과학관도 전시를 기획하고 자료를 정리하거나, 전시품이 설치된 모습을 미리 그려볼 때 AI를 활용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일상 업무에 활용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진다.
더욱 진보된 연구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예컨대 ‘다윈-괴델 머신’은 AI가 스스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개선하는 기술로, 인간처럼 사고를 성찰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MIT 연구진은 영상, 생체신호, 진료기록 등 서로 다른 의료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는데, 이는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의사처럼 종합적 판단을 내리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 생성형 AI가 설계한 신약 ‘렌토세르팁’은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보여, 세계적 의학 학술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기술을 넘어 생명 사고 창의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직전 몇 년간 연구개발 예산이 줄면서 과학 현장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연구자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연구 현장을 떠난 사람들 소식이 안타까웠는데, 다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관에서도 청각장애인(농인)들을 위해 수어를 인식하고 답할 수 있는 서비스 연구개발을 추진했으나 2년차 예산이 삭감되면서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초과학과 연구개발, 과학문화에 이르기까지 투자가 이뤄지고 연구환경과 인력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만 가진 것이 아닐 것이다. 짧은 선거 기간 동안 진영을 막론하고 ‘인공지능 100조 펀드 조성’과 같은 키워드를 제시했으니,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진 셈이다.
한편에선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큰 나라도 아닌데, 독자적인 AI가 필요한가? 미국이 잘 만든 걸 쓰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오히려 그렇기에 독자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국 플랫폼에 의존할 경우 정보 주권과 보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한국어와 정서적 표현처럼 문화적 특수성은 외국 모델로는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한국처럼 작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가볍고 민첩한 독자 기술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AI가 여론 조작이나 무기화에 사용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독자적인 인공지능 연구개발은 안전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지금, 그 근간이 되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눈에 띄는 기술 성과 뒤에는 오랜 시간 묵묵히 쌓아온 연구자들의 축적된 기초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누구나 과학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과학문화 기반 역시 병행돼야 한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을 주요 정책 의제로 삼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응용기술에 한정돼서는 안 되며, 기초·응용·문화의 균형 있는 과학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위기를 전환해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시민이 과학을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기회로 삼기를 새 정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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