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고쳐 쓸 수 있을까

손경호기자 2025. 6. 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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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회사는 보통 장기 고객보다 신규 고객이나 번호이동 고객을 우대한다. 인터넷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약정 기간이 지나면 회사를 바꾸는 게 좋은 전략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면 흡사 이동통신 회사와 비슷하다. 당내 인사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외부 인사 영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공천도 새 피 수혈이라는 명목으로 외부 인사들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당을 오랫동안 지킨 고인 물들은 주로 퇴물 취급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6·3 대선에서도 이동통신 회사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당 지도부는 정상적인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축출하려고 했다. 그 자리를 무소속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꾸려고 전 당원 투표까지 시도했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무위에 그쳤다.

지난 2022년 대선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국민의힘 내부에 많은 대선 주자가 존재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호가호위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당무감사권을 발동해 대선 후보 부당 교체와 관련한 진상 규명 및 합당 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보교체 파동이 대선 국면에서 당원과 지지층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후보 강제 교체 사건에 대해 쓴소리했다. 직무강요죄로 반민주 행위이고, 정당 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고 일갈했다.

8일에도 '사이비 보수정당' '참칭 보수' 등으로 비난하며, 국민의힘을 청산 대상이라고 직격했다. 고쳐 쓸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하고, 사익(私益)만 추구하는 레밍 집단이라고도 했다.

정당 내부에서조차 이 정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전략적 실패가 아닌 체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의 자당 소속 홀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22대 총선만 봐도 자당 소속은 헌신짝 버리듯 팽개쳤다. 대표적으로 도태우 변호사와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이 공천이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민주당 공천에서 버림받은 인사들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공천을 주기도 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 오랫동안 입당해 정당 활동을 한 인물들은 제쳐두고, '듣보잡'에 가까운 인물을 공천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많은 영남권 인사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모두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임에도 보수의 뿌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부터 중도를 지향한다며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보수정당 스스로 보수세력을 극우로 표현하고, 거리두기를 한 것이다. 그러고는 보수세력이 가장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에서 표를 구걸했다. 중도 확장을 이유로 이른바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도, 선거할 때만 되면 보수의 본거지인 대구·경북 지역에 기대려는 이중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뻘짓을 해도 80% 가까이 지지해 주는 '극우' 같은 보수세력이 싫으면 선거 때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서 표를 구걸하지 말고, 수도권과 충청권·호남권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이용자를 희생시켜선 안 되듯, 정당도 지지자와 당원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신뢰를 저버리는 순간 존재 이유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의 뿌리와 정체성은 다수의 지지자가 장기간 쌓아온 신뢰 위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이동통신 회사식 정당 운영을 지속한다면, 잃는 것은 단순한 표가 아니라 당의 존립 기반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이동통신 회사 같은 정당에 미래는 없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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