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동영상 중독 막으려면…일관성 있는 규칙 필요

김미영 기자 2025. 6.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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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스스로 끄는 아이’ 만드는 법
3~9살 하루 3시간 이상 미디어 이용
아이에게 손쉽게 스마트폰 줘선 안돼
미디어 영상 노출은 18개월 이후에
1시간 이내 큰 화면으로 아이와 시청
이윤정 작가는 “미디어 규칙의 경우 언제, 얼마큼, 무엇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등을 자세하게 정하고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말한다. 이윤정 작가 제

장선미(48)씨는 요즘 ‘숏폼’에 빠진 초등학교 2학년 딸 때문에 걱정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을 오가며 숏폼(1분 남짓의 짧은 동영상)을 시청한다.

장씨는 “짧은 시간 동안 핵심 정보나 재미, 흥미로운 지식을 제공한다는 장점과 별개로, 너무 많은 시간을 동영상 시청에 할애하고 있다”며 “이런 습관이 중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동영상 스스로 끄는 아이’를 펴낸 이윤정 작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3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만 3~9살 아이들의 일일 디지털미디어 이용 시간이 3시간 6분일 정도로 길다”며 “디지털미디어의 노출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자녀와 갈등을 겪는 부모들조차 제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 작가에게 자녀의 디지털미디어 이용 문제를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한 제언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맞벌이 부부 자녀의 경우, 특히 더 일찍 디지털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같다.

“아이가 떼를 쓸 때, 맞벌이 부부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를 보면, 부모가 만 3~9살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허락하는 이유의 절반은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전환을 위해서였다. 아이가 짜증이나 화를 낼 때, 그것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내미는 경우가 절대적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가정에서 미디어 규칙을 갖고 일관성을 유지하면, 디지털미디어를 더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녀가 디지털미디어에 끌려다니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나.

“첫째, 가정 내 미디어 규칙이 있는가? 둘째, (규칙이 있는데도 아이가 잘 지키지 않는다면) 충분히 합의된 규칙인가? 아이가 쉽게 지킬 수 있는 정도인가? 셋째, 부모가 100번이고 1000번이고 같은 원칙을 반복하며 아이의 습관을 도와주는가의 세 가지부터 점검해보길 권한다.”

–위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디지털미디어 사용 규칙을 정하는 경우, 세부적으로 어떻게 지침을 세워야 할까.

“언제, 얼마큼, 무엇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등까지 자세하게 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일수록 좋은데, 예를 들면 ‘어린이집 다녀와서 오후 5시에 30분 동안’ ‘TV로’ ‘엄마랑 같이’ 등과 같이 정하는 것이다. 규칙은 아이들이 지킬 수 있을 만한 정도에서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규칙의 70~80%는 아이가 큰 노력 없이 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아이가 떼를 쓰거나 조를 때 부모는 ‘밥 먹고 나면…’ ‘숙제 다 하면…’ 등의 조건을 내걸고 먼저 규칙을 깨기 쉽다. 하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이가 잘 해낼 때마다 칭찬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아이의 미디어 자기 조절력을 키워줘야 한다.”

–책에서는 부모의 ‘일관성’ 없는 통제와 허용을 특히 더 강조했는데.

“맞다. 자녀와 정한 미디어 사용 규칙을 부모가 먼저 깨서 허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부모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필요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부모가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 일관성이 없으면, 훈육도 힘들 뿐 아니라 자녀의 미디어 습관을 고치기도 어렵다. 일관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공부에 대한 보상으로 스마트기기나 앱을 사용하게 하고, 그러면서 공부를 하게 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미디어 자기조절력을 길러줄 수 있는 실천방법이 있다면.

“미디어 리터러시, 즉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요약하자면 접근, 분석, 평가,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잘 하려면 문해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디어는 ‘정의’나 ‘진실’이 아니라 ‘구성된 것’, 즉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재현’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경험이든 기록은 취사 선택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것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의견’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다. 이 콘텐츠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고 배제되었는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고, 누가 침묵하고 있는가?’ ‘특정집단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자녀에게 하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이윤정 작가의 자녀가 스스로 쓴 우리집 미디어 규칙. 이윤정 작가 제공

–미디어 이용에 관한 연령별 가이드라인을 알려달라.

“영상은 2살 이후 노출하면 좋겠다. 18~36개월 사이에 미디어 노출을 시작한다면 첫째 아이와 함께 볼 것, 둘째 TV 등 큰 화면으로 시청할 것, 셋째 1시간 이내로 볼 것을 추천한다. 4~7살부터는 가르침, 반복, 폭풍 칭찬을 통해 자기 조절을 길러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5살까지는 부모가 함께 영상을 시청하면 좋겠다. 함께 시청하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아이가 보는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자녀에게 유튜브를 시청하게 할 경우에는 유튜브 키즈로 접속하기, 자동 재생 사용 중지하기, 타이머 설정하기, 광고에 대해서도 알려주기, 아이 시청 전용 리스트 만들기 등 5가지 원칙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결국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구체적인 방법이 뭔가.

“영상을 보면서 잠깐 멈추고 ‘어? 이상한데?’라고 생각해보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진 자녀로 키워야 한다. 이게 바로 자기 조절력의 시작이다. 그러려면 그런 (이상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콘텐츠에 대해 부모와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책읽기 못지 않게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끝으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디어는 중간, 연결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 부모님들은 자녀를 조용히 시키거나, 가만히 있게 하거나, 단절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미디어(스마트폰 등 영상물)를 등장시킨다.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미디어가 아니라 놀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 대화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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