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서 토니상 6관왕까지! K뮤지컬 ‘마침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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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해피엔딩이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6관왕에 올랐다. 케이(K)팝을 필두로 영화·드라마·클래식·문학에 이어 뮤지컬까지 케이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영문 제목 ‘메이비 해피엔딩’)이 작품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6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며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빅3’로 일컬어지는 작품상·극본상·음악상을 모두 휩쓸어 브로드웨이를 놀라게 했다. 한국 초연 창작 뮤지컬이 ‘공연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토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은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을 받은 첫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일찍이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앞서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토니상 수상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음악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 작가는 무대에 올라 “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며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적인 브로드웨이를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감성이 어우러진 용광로와도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 작가는 투자사 엔에이치엔(NHN)링크를 통해 “오랫동안 고생한 분이 많은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여러명이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 관객의 전폭적 지지가 없었다면 뉴욕 공연은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니상 수상을 커다란 ‘사건’으로 보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소극장에서 시작한 창작 뮤지컬이 진입 장벽이 높은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려 토니상까지 받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소규모 한국 창작 뮤지컬의 토니상 수상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번 수상은 달라진 케이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며 “향후 다른 한국 문화 장르까지 국제적 평판이 올라가는 등 파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내 뮤지컬계도 반색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창작 뮤지컬은 더욱 발전하며 해외 진출의 길을 넓히고 케이콘텐츠 산업의 차세대 주력군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업계 종사자 및 모든 관객들과 함께 오늘의 쾌거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어쩌다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좋은 이야기로 무장한 소규모 창작 뮤지컬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거쳐 얻어낸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 여러 차례 협업해 이른바 ‘윌-휴 콤비’로 불리는 박천휴와 윌 애런슨의 극작과 노래로 만든 작품은 2016년 30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했다. 쓰임을 다하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과 이별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초연 뒤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에 오르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작품은 초연 직후 뉴욕에서 리딩(약식) 공연을 펼쳤다. 이를 인상 깊게 본 브로드웨이 유명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의 주도로 현지 프로덕션이 진행됐다. 여기에 ‘킹키부츠’로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한 프로듀서 헌터 아놀드까지 가세했다. 연출은 2023년 ‘퍼레이드’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았던 마이클 아든이 맡았다. 한국에선 엔에이치엔링크가 투자사로 참여해 지원했다.
‘윌-휴 콤비’의 영어판 현지화 작업을 거쳐 지난해 11월 1천석 규모의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매체들이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단번에 주목작으로 떠올랐다. 초연인데도 기한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으로 개막한 것 또한 화제였다.
지혜원 교수는 “영어로 각색하고 등장인물을 추가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했지만 일부 한국어 대사를 그대로 노출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브로드웨이 진출 한국 뮤지컬과 차별성이 있다”며 “버림받은 로봇을 소재로 인간의 소외를 다룬다는 점도 나라를 초월해 관객들의 충분한 공감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판 원작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서울 종로구 두산 연강홀에서 10주년 공연을 시작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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